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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험담해서"···친구 흉기 살해한 초등생 처벌 면한다, 왜

중앙일보 2019.12.27 15:33
[뉴스1]

[뉴스1]

경기도 구리시에서 여자 초등학생이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초등학생은 형사상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이어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  
 
2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7시 40분쯤 구리시 초등학교 고학년생인 A양이 조부모 집에서 친구 B양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B양은 집 앞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숨을 거뒀다. 복도에서 B양을 발견한 목격자 비명을 들은 경비원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집 안에 있던 A양을 긴급체포했지만 간단한 조사만 한 뒤 가족에게 인계했다.

 
A양은 자신의 가족에 대해 B양이 험담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촉법소년이란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청소년이다. 촉법소년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사를 끝내는 대로 A양을 가정법원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 사건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A양에 대한 심리 치료를 지원할 계획은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A양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은 이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찰은 또 A양이 ‘평소에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는 소문에 대해 사실 여부 파악에 나선 상태다. 일부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양이 B양을 찌른 구체적인 횟수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발견 당시 특정 부위에 자상을 발견해 범죄를 의심했다”고만 밝혔다.  
  

살인 저질러도 처벌 없는 촉법소년?…논란 재점화 

이른바 '수원 노래방 폭행' 당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총 25만 명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른바 '수원 노래방 폭행' 당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총 25만 명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런 가운데 A양이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어서 촉법소년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동영상이 퍼지며 공분이 일었던 이른바 ‘수원 노래방 폭행’ 사건 때도 가해자 7명 모두 촉법소년이었다. SNS를 타고 확산한 동영상에는 노래방에서 코피를 흘리며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중학교 여학생 여러 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경기도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여자 초등학생 1명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여중생들은 형사처벌 대신 장기 소년원 2년 송치 처분(교정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소년법 개정을 촉구하는 여론은 불붙곤 했다. 촉법소년인 가해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수원 노래방 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들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총 25만 명이 동의했다.
 
범죄를 저질러도 형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은 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일반적인 형사사건 기소보다 수위가 낮은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수감 등 처분을 받게 된다. 전과기록도 안 남는다. 
 
지난 10월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수원 노래방 폭행 사건을 언급하면서 국회에서 계류 중인 소년법 개정안을 처리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 달라. 많은 국민이 가해자들이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년법 개정안도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내용이다. 
 
이날 사건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초등학생’ ‘촉법소년’이 주요 검색어로 올랐다. 아울러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소년법이고 뭐고 다 없애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나이 상관없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연·채혜선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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