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달라진 한일관계로 수위 조절했나···사상 첫 가상 독도 훈련

중앙일보 2019.12.27 14:44
군 당국이 독도 방어 훈련을 가상 모의 훈련으로 대체해 27일 비공개로 실시했다. 2008년부터 매년 2차례 정례화 돼 진행되는 해당 훈련에서 실제 병력이 동원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월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전요원(UDT/SEAL)들이 해상기동헬기(UH-60)로 독도에 내려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전요원(UDT/SEAL)들이 해상기동헬기(UH-60)로 독도에 내려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에 따르면 해군은 이날 하루 일정으로 '동해 영토수호 훈련'을 실시했다. 해당 훈련은 지난해까지 독도 방어 훈련으로 불렸지만, 정부는 올해 이 이름을 ‘동해 영토수호 훈련’으로 바꿨다. 이날 훈련은 지휘소 훈련(CPX) 형식으로 치러졌다. 병력이 실제 기동하지 않는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 훈련)과 통신 등을 활용한 일종의 가상 훈련이다. 군 관계자는 “동해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기상 사정이 좋지 않은 점이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일간 대화 국면을 고려해 훈련 수위가 사전에 조절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군 안팎에 적지 않다. 지난 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양국 간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이는 최대한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훈련 효과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이날 훈련 실시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군이 동해 영토수호훈련을 시작한 지난 8월 25일 육군 대형수송헬기치누크(CH-47)로 독도에 상륙한 대한민국 해군 특수부대원들과 해병대원들이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뉴스1]

해군이 동해 영토수호훈련을 시작한 지난 8월 25일 육군 대형수송헬기치누크(CH-47)로 독도에 상륙한 대한민국 해군 특수부대원들과 해병대원들이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뉴스1]

 
실제 역대 독도 방어 훈련의 수위는 대일 관계의 영향을 받아왔다. 일본의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 배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극으로 치닫던 지난 8월에는 해당 훈련이 역대 최대·최강 규모로 치러졌다.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사흘 만인 지난 8월 24~25일 열린 훈련에서는 예년보다 2배 많은 함정, 항공기, 병력과 사상 처음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이 투입됐다. 작전 반경이 울릉도로 확대돼 지상전을 대비한 육군 특전사 병력이 처음 독도 방어 훈련에 동원되기도 했다. 정부는 훈련 사진과 동영상을 대대적으로 공개해 독도 방어 훈련이 대일 압박 메시지라는 점 역시 시사했다. 2008년 7월과 2013년 10월에도 독도 방어 훈련이 공개적으로 진행됐는데, 이들 모두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양국 갈등이 정점에 이르던 때였다.
 
정부의 훈련 수위 조절에도 일본 외무성은 반발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외교루트를 통해 한국 군의 독도 훈련과 관련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국제법상으로도 명확한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이번 한국군에 의한 훈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대단히 유감이며 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항의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