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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허인회 문자 "구속땐 퇴직직원 치명상, 탄원서 내달라"

중앙일보 2019.12.27 05:00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김민중 기자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김민중 기자

구속심사 전날 '구명' 활동 전념 

“제가 구속되면 회사 정상화는 불가능해지고 (임금을 못 받은) 퇴직 직원들과 남아서 힘든 과정을 견디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치명상이 될 것입니다.”
 
5억원 가량의 임금체불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이하 녹색드림) 이사장이 26일 피해 퇴직자들에게 이같은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그동안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연락을 못 드려 죄송하고 모두 저의 불찰이어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다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간곡히 부탁드릴 일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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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전 이사장 문자에 따르면 녹색드림은 6월부터 여러 공사 현장과 회사 통장 등이 압류돼 체불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는 6월 이후 퇴직한 39명과 남아 있는 임직원 12명 등 총 51명이다.
 
그러나 "압류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고 앞으로 1~2개월 안에 수익이 지속해서 발생할 전망"이라는 게 허 전 이사장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허 전 이사장은 "제가 구속되면 회사와 임금체불 피해자, 그 외 직원들 모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피해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허 전 이사장은 “구속을 막기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며 “우선 얼마 안 되는 금액만이라도 퇴직한 임직원부터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가까운 시일 내로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뉴스1]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뉴스1]

 

“구속 면하게 처벌 불원서 제출해달라”

허 전 이사장은 또 “이런 내용을 담은 ‘처벌 불원(不願)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제가 구속은 면할 수 있다”며 “남은 금액에 대한 민사상 권리와 약속 불이행에 대한 (피해자들의) 형사적 권리는 그대로 남게 된다”고 했다. 녹색드림에 따르면 그는 이날 사무실에 출근해 수습 활동에 매진했다고 한다.
 
권 모 녹색드림 경영지원 이사는 기자를 만나 이 같은 상황을 세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권 이사와의 일문일답.
 

“경쟁심화 탓 임금체불…횡령 절대 아냐”

자기소개 해달라.
“녹색드림의 재무 등 실무를 맡고 있다. 허 전 이사장이랑 친구다.”
 
어쩌다 임금체불 사태를 맞았나.
“태양광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라 실적이 악화했고 임금을 밀리게 됐다. 대기업에서 만든 패널을 우리 같은 업체들은 단순히 설치하기만 해 인건비 따먹기를 하는 건데, 업체 수가 서울에서만 60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하면서 이렇게 된 것이다.”
 
녹색드림의 지난해 인건비는 9억여 원이고 종업원 수는 20명이 안 된다. 임금을 밀릴 것 같지 않은데.
“두 번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하더라. 횡령을 의심하는 건데.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우리는 녹색드림 하나로 구성된 집단이 아니다. 녹색드림을 포함해 총 4개 업체로 구성됐다. 전체적으로는 적자다. 임금을 밀릴 수밖에 없었다. 제가 재무를 담당해서 잘 아는데, 횡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지난해 4개 업체 연 매출이 65억원가량이다. 총인원 80명가량의 인건비가 약 45억원이고, 여기에 태양광 패널 자재비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사무실 임대료·세금 등까지 더하면 적자다.”
 
계열사끼리 수익을 공유한 셈인데, 이러면 녹색드림에 대한 횡령·배임 여지가 있는 게 아닌가. 
“조합법 등에 저촉돼 위법일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보조금을 사업 외 다른 목적으로 빼돌린 건 아니다.”
 

“보조금 특혜도 없어”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몰아주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있다.
“특별히 우리만 보조금을 많이 받은 게 아니다. 우리가 2013년 설립 이후 그동안 보조금을 37억원가량 받았다. 1년에 5억원꼴이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시에서 집행한 보조금이 300억원이다. 서울의 업체 60개가량이 연간 약 5억원씩 가져간 거다. 우리만 특혜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 철저히 영업해서 보조금을 타낸 것이다.”
 
2015년 녹색드림이 서울시 사업자 선정 모집 마감일까지 필요 자격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서울시가 두 달 가까이 기다렸다가 사업자로 선정해줬다는 감사원 발표가 있었는데.
“내가 여기서 근무하기 전 일어난 일이라 잘 모르겠다.”
 
운동권 인사들끼리 부당하게 서로 밀어줬다는 의혹은.
“전혀 그런 것 없다. 허 전 이사장이 운동권 경력을 영업적으로 활용하려고 한 건 있지만 보조금 특혜 등을 받진 않았다.”
 
허 전 이사장이 1988년 밀입북 사건의 주인공인 서경원(83) 씨로부터 사업자금 2억원을 빌렸다가 지급명령을 받은 건은.
“허 전 이사장이 회사를 살리려고 돈을 빌렸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이 일 때문에 지금 사무실 집기들에 압류가 걸려 있다.”
 
잡플래닛 같은 기업정보 사이트를 보면 임금체불 문제와 더불어 “인맥으로 임원진을 꾸리고 업무 기강이 풀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 인정한다. 그런 문제 때문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 반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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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 5억 중 1억 갚는 중”

오늘 밀린 임금을 일부 돌려줬나.
“당장 체불 임금 5억원 가량 중 1억원을 갚고 있다. 퇴직자 약 20명이 찾아왔는데, 허 전 이사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구속 영장 심사를 연기하고 싶은데, 안 나오면 검찰이 구인 영장을 발부받아 데려간다고 해 걱정이다.”
 
앞으로 계획은.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결국은 사업이 잘돼야 하는데…. 이렇게 일이 돌아가면 인식이 안 좋아지고, 누가 우리에게 일감을 맡기려고 하겠는가. 허 전 이사장의 운동권 친분만으로 영업을 하기는 한계가 있다.”
 
허 전 이사장은 2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임금체불 혐의와 별개로 불법 하도급 혐의와 보조금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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