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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서 황교안으로 갈아탔나" 물으니…"난 배현진일 뿐"

중앙일보 2019.12.27 05:00
배현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이 26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황교안 대표의 대국민 호소문을 대독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배현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이 26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황교안 대표의 대국민 호소문을 대독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6일 오전 9시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평소 회의 땐 볼 수 없던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상·하의와 외투, 신발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맞춰 입은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이었다. 회의 진행을 맡은 이창수 대변인의 소개와 함께 굳은 표정으로 단상 앞에 선 배 위원장은 병원에 입원 중인 황교안 대표의 ‘병상 메시지’를 대독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보통 당 대표 메시지 대독은 당 대표 비서실장이나 대변인이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배 위원장은 현재 대변인 등 당직도 없고, 원내에 있지도 않다. 게다가 이날 회의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끝난 지 9시간 뒤이자 27일 본회의를 하루 앞둔 ‘전시 상황’에 열린 회의였다. 이 때문에 배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배경을 잘 아는 당내 인사들에 따르면 "배 위원장에게 대독을 맡긴 것 자체가 홍 전 대표에게 보내는 황 대표의 화해의 제스처"라는 거다. 홍 전 대표는 최근 황 대표를 겨냥해 "당에도 없던 분들이 모여 30년 정당을 독식하려고 덤빈다" ""사장 하던 사람이 갑자기 머리에 띠를 매고 노조위원장을 하는 느낌" 등 쓴소리를 냈다. 배 위원장은 홍 전 대표 시기에 당에 영입됐고, TV 홍카콜라 제작자도 했던 터라 ‘홍준표 키즈’로 불린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중앙포토·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중앙포토·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홍 전 대표와 (갈등을) 멈추고, 내부적으로 단합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배 위원장에게 대독을 맡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메시지 내용에도 보수가 뭉쳐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 만큼 황 대표도 이에 동의해 전날 밤 급히 배 위원장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하는 등 감성적 내용이 많은 만큼, 아나운서 출신인 배 위원장이 전달력 등에서 적합하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 이날 황 대표의 병상 메시지에는 “당에 계시지 못한 많은 분들도 황교안과 함께 죽음 각오하고 폭정 막아내자”, “함께 자유 우파 방어막을 만들자”, “민주주의가 무너지는데 당의 울타리가 무슨 소용인가. 다 걷어내고 함께 맞서 싸우자”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의 대국민 메시지를 대독하고 있다.[연합뉴스]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의 대국민 메시지를 대독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때문인지 홍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합과 관련 글을 올렸다. 홍 전 대표는 “1991년 3당 합당 모델을 상기해야 한다”며 “통합하지 않고는 총선도 대선도 없다”고 적었다. 다만 그는 “통합 비대위를 만들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이는 통합을 위해선 황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아야만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배 위원장의 대독 등을 두고 당내에서 "배 위원장이 '친홍'에서 '친황'으로 갈아타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배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요청을 받았으니 가서 역할을 했을 뿐 특별히 저를 부른 이유를 묻지도 않았고, 궁금해할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친홍' '친황' 여부에 대해선 "저는 배현진일 뿐 누구 편의 배현진이 아니다”며 “두 분 다 존경하는 정치 선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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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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