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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찰기의 위력···北 미사일 카운트다운 신호도 잡아챈다

중앙일보 2019.12.27 05:00
러시아 공군의 수호이(Su)-27 전투기가 지난 4월 6일(현지시간) 발틱해에서 RC-135S를 쫓아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동영상 캡처]

러시아 공군의 수호이(Su)-27 전투기가 지난 4월 6일(현지시간) 발틱해에서 RC-135S를 쫓아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동영상 캡처]

 
요즘 한반도 상공에서 미국이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보전의 선봉은 특수 정찰기다. 이달 들어 지난 17일 동안(26일 현재) 모두 29대가 한반도 정찰 임무에 나섰다. 북한이 도발을 예고한 크리스마스 당일엔 5대, 다음 날인 26일엔 3대가 북한을 감시했다. 그만큼 미국이 북한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어한다는 의미다.  

이달 17일 동안 29대 한반도 출동
첩보위성 영상 정보에도 한계 있어
정찰기, 원하는 시간·장소 탐지 가능
전자신호·통신정보 수집도 가능해

 
◇미국은 왜 정찰기를 동원하고 있나?
미국은 북한과 같이 폐쇄적인 국가는 정찰용 인공위성(첩보위성)으로 관찰한다. 미국은 다양한 첩보위성을 갖고 있다. 주력 첩보위성인 KH-12는 사람이 신문을 읽고 있는지, 잡지를 읽고 있는지 구분할 정도의 해상도를 갖췄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ㆍ기계학부 교수는 “미국 첩보위성은 매일 14~15차례 지구를 돈다. 하루 1번꼴로 북한 상공을 촬영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미국은 여러 대의 첩보위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여러 번 정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첩보위성은 이동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날아가는 정찰기가 필요하다.  
 
미국의 첩보위성은 영상을 촬영하거나, 지구의 불꽃을 탐지해 미사일 발사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미군의 특수 정찰기는 영상 정보뿐만 아니라 통신정보, 전자정보, 계기정보도 수집한다. 이들 정보를 분석해 북한의 무전을 감청하거나,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신호를 포착할 수도 있다.
 
또 미군 특수 정찰기는 첩보위성보다 낮은 고도를 날기 때문에 지상에서 움직이는 지상 물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이란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 발사장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미국의 군사기밀을 누출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첨부한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이란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 발사장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미국의 군사기밀을 누출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첨부한 사진=연합뉴스]

 
◇어떤 특수 정찰기가 한반도를 찾았나?
이달 한반도 상공에서 나타났던 미군 정찰기의 대부분은 미 공군 소속이다. 미 해군 소속도 있다. P-3C 오라이언과 EP-3E 얘기다. P-3는 원래 바다에서 잠수함을 잡는 목적으로 해상초계기다. 그런데 지난 4일 한반도로 출동한 P-3C는 보통 P-3C와 달랐다. 기체 아래쪽에 AN/APS-149 연안정찰 레이다(LSRS)를 달았다. P-3C LSRS는 해상뿐만 아니라 지상의 움직임도 볼 수 있다.
 
EP-3E는 항공 정찰 통합 전자 시스템(ARIESㆍ에리스)이라는 전자정보 정찰장비를 싣고 다닌다. 에리스를 통해 북한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다. EP-3E는 2001년 4월 1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J-8 전투기와 충돌한 뒤 중국 하이난(海南)에 불시착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에리스를 분해하면서 정보를 빼갔다고 한다.
 
미군 특수 정찰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군 특수 정찰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장 한반도를 자주 찾은 공군의 특수 정찰기는 RC-135V/W 리벳조인트다. 모두 11차례 한반도 정찰비행 임무를 맡았다. 이들 특수 정찰기는 전자정보와 통신정보를 공중에서 가로챌 수 있다. RC-135V와 RC-135W 두 기종은 같다. RC-135V는 RC-135C 빅팀을 업그레이드했고, RC-135W는 RC-135M 리벳카드나 RC-135U 컴뱃센트를 고쳤다. 미 공군은 리벳조인트 17대를 운용하고 있다.
 
RC-135U 컴뱃센트는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의 전자파와 전자신호를 포착해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발사 버튼을 누르는 카운트다운 순간도 포착한다.
 
RC-135S 코브라볼은 적외선 센서와 광학 카메라, 첨단 통신설비를 달아 탄도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찾고 궤적을 추적하며 낙하지점을 계산할 수 있다. 현재 운용 대수는 모두 3대인데, 미 공군은 이 중 2대를 현재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에 전개하고 있다.북한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E-8C 조인트스타스는 250㎞ 떨어진 상공에서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에 감시하는 지상 정찰기다. 북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탑재한 대형 트럭(TEL)이 이동하는지를 지켜보려고 미국이 이 특수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운 것으로 보인다.
 
RQ-4 글로벌호크는 고고도 무인 정찰기(HUAV)다. 24~36시간 동안 날면서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찾을 수 있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미 공군의 RQ-4는 괌에 배치됐다. RQ-4는 괌과 한반도를 왕복 비행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U-2S 드래곤레이디 1대가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를 출발한 뒤 수도권과 강원도 등 중부 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고 귀환했다. 고고도 전략 정찰기인 U-2S는 15.2~21.3㎞ 고도에서 고해상도 영상장비를 통해 100~200㎞ 떨어져 있는 지역의 사진을 찍고, 지름 1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휴전선 인근에서 최대 7~8시간씩 비행한다.
 
미군 정찰기 한반도 비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군 정찰기 한반도 비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어떻게 해서 미군 특수 정찰기의 비행이 알려지나?
모든 항공기에는 ADS-B(Automatic Dependent Surveillance-Broadcast)라는 위치발신장치가 달려 있다. 하늘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려줘 다른 항공기와의 충돌을 막고, 항공 당국의 관제를 돕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임무와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군용기는 자기 위치를 감춘다. 그런데도 이들 미군 특수 정찰기는 일부 구간에서 의도적으로 ADS-B를 켰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위치발신장치를 일부러 켰다는 것은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아마도 미국이 북한에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군용기의 ADS-B만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밀리터리 매니어들이 있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브밀에어와 에어크래프트스폿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ADS-B로 나타나는 항공기의 위치와 항로 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지켜보다 한반도에서 특수 정찰기를 발견하면 실시간으로 정보를 트위터에 올린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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