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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 30인분 거짓 주문' 가게…"더는 인터뷰 안한다"

중앙일보 2019.12.27 05:00
'닭강정 30인분 거짓 주문을 받았다'고 주장한 A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26일 오픈 시간인 오후 3시에도 문을 열지 않았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이날 오후 5시가 지나 문을 연 가게. 채혜선 기자

'닭강정 30인분 거짓 주문을 받았다'고 주장한 A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26일 오픈 시간인 오후 3시에도 문을 열지 않았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이날 오후 5시가 지나 문을 연 가게. 채혜선 기자

“저희가 사정이 있어서 방금 문을 열었어요. 닭강정 준비하는 데 30분 정도 걸립니다.”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 3시에 연다고 돼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닭강정 가게는 26일 오픈 시간을 약 2시간 넘긴 오후 5시가 돼서야 불이 켜졌다. 30대로 보이는 남자 사장은 문을 열자마자 찾아온 주부 손님에게 “사정이 있어서 방금 문을 열었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는 “더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거절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닭강정 가게 주인 A씨 부부는 이날 오후 성남수정경찰서를 찾아 닭강정 33만 원어치를 거짓 주문한 고객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고소장을 접수함에 따라 수사에 나섰다.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닭강정 가게 주인이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린 주문서 내용. [뉴시스]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닭강정 가게 주인이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린 주문서 내용. [뉴시스]

“닭강정 30인분 33만 원어치. 만나서 결제. 배달받는 집 아드님 000씨가 시켰다고 해주세요.”  
 
A씨가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린 배달 주문 내용이다. 20대 청년들이 집단으로 괴롭히던 피해자 집으로 닭강정 33만원어치를 거짓 주문해 배달시킨 것 같다고 A씨가 주장하면서 크리스마스 내내 온라인은 들끓었다. 상황을 파악한 A씨는 카드 결제 대금 일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33만원 닭강정 거짓 주문’ 가게 앞은… 

26일 낮부터 지켜본 A씨가 운영하는 닭강정 가게 앞은 한산했다. 정오께 10대로 보이는 남성 한명은 가게 안을 확인한 후 “아직 문 안 열었는데?”라며 누군가와 통화했다. 20대로 보이는 여성은 가게 사진을 찍은 다음 사라졌다. 그러나 이처럼 가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았다. 가게 앞엔 오히려 기자들이 더 많았다. 주변 상인은 “어제부터 난리였는데 사장은 출근했냐”고 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부부가 이날 오후 2시 20분쯤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A씨가 고소한 이는 여러 명이 아니라 A씨 가게로 주문을 넣은 ‘전화번호’로 특정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업무방해죄…벌금형부터 징역형까지 가능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음식점에 허위로 배달 음식을 주문한 가해자들의 행위는 형법 314조의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형법 제313조의 방법(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는 “업주만 놓고 보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33만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음식을 준비한 공도 있을 것이고, 업주가 받은 정신적 충격도 있다. (업주가) 얼마나 분노했으면 인터넷에 글까지 썼겠냐”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들이 처벌받을 가능성에 대해선 “범행동기나 죄질이 좋지 않다”며 “A씨가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벌금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희창(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 변호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사기죄 검토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전화 주문을 한 당사자가 처음부터 돈 지급 의사가 없었다고 본다면 사기죄도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사기죄 같은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법영득의사란 남이 가지고 있는 재물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이용하고 처분할 목적이나 의사를 뜻한다.  

 
이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어 사기죄가 될 확률은 다소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사기죄 검토는 가능하다”며 “사기죄도 성립한다면 업무방해죄와 경합(상상적 경합)이 된다. 이 경우 더 중(重)한 죄인 사기죄의 형벌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형법에 따르면 사기죄의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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