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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넘으면 더 쪼들린다…빚 증가율 40대의 3배

중앙일보 2019.12.27 00:06 종합 1면 지면보기
60대 이상 고령층의 빚부담이 위험 수위다. 병원비·생활비 등 돈 들어갈 일은 많은데 모아둔 돈은 별로 없고 빚만 계속 불어난다. 은퇴 후 치킨집·커피숍 같은 자영업 창업에 나섰다가 빚더미에 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친 취약 대출자는 60대 이상에서만 16만 명이 넘었다. 한국은행이 26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고연령층 가계부채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점검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고령층의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난히 빠르다는 지적이다.
 

병원비 등 급한데 고정소득 적어
자영업 나섰다 빚더미 앉기도
60대 이상 가계빚 총액 268조
대출 갚기 힘든 한계자 16만명

한은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 총액은 268조4000억원(지난 9월 말 기준)이었다. 2017년과 비교하면 연평균 9.9% 늘었다. 같은 기간 40대 가계대출 증가 속도(3.3%)의 3배다. 30대 이하(7.6%)와 50대(4.4%)와 비교해도 60대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문제는 고령층이 일해서 번 돈으로는 빚을 갚을 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60대 이상에서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12.6%(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분석됐다. 만일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빚은 212만6000원인 셈이다. 40대(182.2%)나 50대(164.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연령대별 가계부채 증가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령대별 가계부채 증가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국 차장은 “미국·프랑스·일본 등에선 대체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령층이 빚을 갚기 위해선 언젠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부동산 가격이 급변동할 경우 유동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 후 소득을 마련하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고령층이 많은 것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60세 미만 자영업자가 53만 명 감소(2012→2019년)하는 동안 60대 이상에선 오히려 35만 명 늘었다. 60대 이상 자영업자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은 지난 9월 기준으로 50조원을 넘어섰다.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고령층의 자영업 대출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자영업은 시작 단계에서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기가 부진하거나 사업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만큼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자영업자 7년 새 35만 증가 … 빌린 돈 50조 넘어
 
연령대별 취약차주 증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령대별 취약차주 증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용도는 낮고 소득도 적은데 이미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더 이상 빚을 얻기 어려운 취약 차주는 유독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만 증가세다. 60대 이상 취약 차주(16만2000명)는 2012년보다 8만3000명(지난 9월 말 기준) 늘었다. 증가율은 105%로 같은 연령대의 인구 증가율(40%)을 훨씬 뛰어넘는다. 반면에 30대 이하 취약 차주는 7년간 22만3000명 줄었고, 40대(-9만3000명)와 50대(-3000명)도 나란히 감소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정부는 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렸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못 풀고 고령층의 빚 부담만 커지게 한 셈이다.
 
한은 보고서는 또 “부동산 및 고위험 자산으로 자금유입이 확대되거나 금융 불균형이 축적될 가능성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의 돈이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와 회사채·해외투자 등에 쏠렸다는 분석이다.
 
‘복지 선진국’으로 통하는 스웨덴이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한 것도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25%에서 0%로 인상했다. 스웨덴은 5년 전 세계 최초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던 나라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로 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고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반면 경제성장률은 다시 하락하면서 효과는 적고 부작용만 큰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연 1.25%)로 내린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상반기에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란 의견보다 동결할 것이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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