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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권 겨누자 검찰개혁법안 변질, 윤석열 완전 뒤통수 맞았다 여겨”

중앙일보 2019.12.27 00:06 종합 4면 지면보기
윤석열 검찰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대검은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 조항은 독소조항’이라며 반대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대검은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 조항은 독소조항’이라며 반대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금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패스트트랙 올랐던 법안과 딴판
정치권이 검찰 손발 묶는다 판단

윤 총장의 한 주변 인사가 전한 말이다. 윤 총장은 지난 24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해 같은 날 크게 화를 내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대검 간부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대검이 25일 공수처 법안에 “중대한 독소조항이 있다”며 강력 반발한 것도 윤 총장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었다. 그의 주변 인사들은 “최근 윤 총장이 ‘뒤통수를 맞았다. 정치권이 검찰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며 답답함을 표했다”고 전했다.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지난 6월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찰 개혁 법안에 대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던 윤 총장은 왜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기자회견을 열고 양복을 흔들며 공개 반발했던 문 전 총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복수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검찰이 정권을 겨누는 수사를 한 뒤 청와대와 여당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처음 패스트트랙에 올라왔던 법안은 현재 ‘4+1’에서 합의된 법안과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때와 지금 상황이 바뀐 게 ‘검찰이 권력을 겨눈다는 사실’ 하나뿐이란 것이다. 공수처 설치를 포함한 검찰 개혁 법안을 수용하는 대신 “권력에 대해 검찰이 쿨하게 수사하는 것”이 윤석열의 검찰 개혁 방식이었는데 그게 뒤틀어졌다는 것이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보완을 약속하며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 전국 검사장에게 지휘 서신을 보냈음에도 전혀 실행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당시 조국 민정수석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박 장관의 서신에 나온 내용은 법안에 반영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며 “이제 와서 돌아보니 모두 공수표가 됐다”고 말했다.
 
24일 ‘4+1’이 합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법안은 윤 총장과 대검의 생각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변질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경우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수사지휘권 폐지)을 부여하는 핵심 골격이 그대로 유지됐다. 공수처 법안에는 검경이 고위 공직자를 수사할 경우 착수 단계부터 해당 내용을 통보해야 하는 ‘제24조 2항’이 추가됐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공수처는 소속이 없는 무적(無籍) 기관이자 적이 없는 무적(無敵) 기관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장도 “현재 집권세력은 검찰을 제외한 모든 수사기관이 ‘피아를 잘 구분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 모든 변화가 결국 검찰이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정권이 검찰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대검 간부들은 연내 윤 총장이 해당 법안에 대해 문 전 총장처럼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윤 총장에겐 “절대 사표를 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한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법안 표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직접 나설 경우 반개혁적인 인사로 비춰져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대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총장님이 직접 나서든, 나서지 않든 현재 법안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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