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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왕진가방 다시 골목 누빈다

중앙일보 2019.12.27 00:05 종합 16면 지면보기
서울 노원구 파티마의원 장현재 원장이 환자 집을 방문해 왕진을 하고 있다. 혈압과 혈당을 재고, 혈액을 채취했다. [사진 장현재 원장]

서울 노원구 파티마의원 장현재 원장이 환자 집을 방문해 왕진을 하고 있다. 혈압과 혈당을 재고, 혈액을 채취했다. [사진 장현재 원장]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집에서 진료를 받는 왕진 서비스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기존에도 극히 일부 의사가 개인적 의지를 갖고 왕진을 해왔지만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건강보험에서 진료 수가(의료행위의 가격)를 정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349개 동네의원 서비스
거동 어려운 환자 집에서 진료
초진은 안되고 재진부터 가능

보건복지부는 26일 이 같은 왕진 서비스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을 27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왕진 진료에 참여할 의료기관을 신청받았는데 349곳이 지원했다.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다. 서울 107곳, 부산 14곳이 참여한다. 왕진 의원 명단은 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동네의원만 왕진을 할 수 있다. 중소병원·대형병원·한의원 등은 불가능하다. 한의원은 내년 하반기에 왕진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서비스를 시행해보고 효과와 문제점을 평가해 내년 하반기에 확대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왕진을 받으려면 조건이 있다. 먼저 왕진 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무나 왕진을 이용할 수 없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환자만 가능하다. 이런 조건에 맞는지 판단은 의사가 한다. 두 번째 진료, 즉 재진부터 왕진할 수 있다. 거리 제한은 없지만 왕복 1시간 넘으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의사는 일주일에 15회 넘게 왕진을 할 수 없다. 환자는 횟수 제한이 없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가능하다. 이 시간대에 하면 원래 30% 진료비가 가산되는데, 왕진에는 이런 게 없다.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와상환자, 욕창이 생긴 환자, 거동이 불편한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자, 수술 부위 소독과 진료가 필요한 환자, 수액 처방을 받는 환자 등이 왕진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못 가서 정기적으로 혈압이나 혈당을 체크하지 못했을 경우도 해당한다.
 
왕진 진료비는 두 가지 형태다. 기본 타입은 진료 수가가 11만5000원이다. 이의 30%인 3만4500원을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 교통비·진찰료, 간단한 처치료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타입대로 진료하면 추가 비용이 없다. 대부분 이 타입대로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타입은 기본 수가(8만원)에다 추가 의료행위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총진료비가 11만5000원을 초과할 경우 이 타입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14만원이 나오면 이의 30%인 4만2000원을 환자가 부담한다. 다만 같은 건물에 있는 환자를 왕진할 경우 진료 수가가 25% 삭감된다. 같은 집에서 복수의 환자를 진료할 경우 두 번째부터 50% 삭감된다.
 
약 처방은 다소 번거로울 수 있다. 환자 보호자가 의료진을 따라서 동네의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e메일이나 카톡을 활용해 처방전을 보내는 전자처방전은 안 된다. 불법이다.
 
서울 노원구 파티마의원 장현재 원장은 10년째 왕진을 나간다. 장 원장은 “점심시간이나 환자가 뜸한 오후 3~4시에 왕진을 가는데 의원 경영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내 환자이니까 나간다”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 욕창이 심하거나 숨이 찬데도 꼼짝 못 하는 경우, 콧줄·소변줄 등을 교체해야 하는 환자 등을 주로 왕진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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