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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옥수수 달콤한 대박…비결은 4년간 산지 투자

중앙일보 2019.12.27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식탁이 있는 삶 김재훈 대표. [사진 식탁이 있는 삶]

식탁이 있는 삶 김재훈 대표. [사진 식탁이 있는 삶]

‘푸드 큐레이션’(먹거리 추천) 기업을 표방하는 ‘식탁이 있는 삶’이 2014년 야심 차게 내놓은 초당(超糖·수퍼스위트)옥수수는 4년 투자의 결과였다. 김재훈(36·사진) 대표가 일본 식품 박람회에서 찌지 않고 까서 과일처럼 먹는 초당옥수수를 맛보고 ‘꽂힌’ 것은 2011년. 이후 해외 종묘사 접촉, 재배지 물색, 시범 재배를 거쳐 상품화한 게 2014년 여름이었다.
 

‘식탁이 있는 삶’ 김재훈 대표
안 찌고 과일처럼 까먹는 옥수수
첫해 쪽박, 다음해 5배 비싸도 매진
스낵 토마토 등 이색 먹거리 개발

김 대표는 “아삭한 식감과 달콤함·시원함이 새롭다고 느껴 반드시 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도무지 팔리지 않았다”며 “친구들까지 ‘옥수수를 날로 먹다니 소여물이 아니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첫해는 결국 전부 떨이로 넘기고 한 해 장사를 시원하게 망쳤다.
 
당도가 높아 과일처럼 먹는 스낵 토마토. 다음 히트작 중 하나다. [사진 식탁이 있는 삶]

당도가 높아 과일처럼 먹는 스낵 토마토. 다음 히트작 중 하나다. [사진 식탁이 있는 삶]

그러나 ‘초당옥수수 먹는 법’이라는 콘텐트를 제작해 사이트에 걸자 반응이 달라졌다. 유명 살림 커뮤니티에서 앞다투어 공동구매 주문을 넣었다. 유튜브 먹방 제작자는 “먹어봤습니다” 단골 품목으로 초당옥수수를 택했다. 달지만 칼로리가 찰옥수수의 절반이라는 점을 강조하자 다이어트 커뮤니티에서도 주문이 몰렸다. 일이 되려니, ‘배우 김태희가 출산한 뒤 초당옥수수를 먹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김태희는 이런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 소비자 궁금증은 커졌지만 공급할 유통업체는 ‘식탁이 있는 삶’(이하 식삶)뿐이었다. 가격은 찰옥수수의 다섯배인데도 입고되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첫해는 쪽박이었지만 이듬해 대박이 난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산지 투자를 많이 해 진입 장벽을 높여 놓았기 때문에 다른 식자재 업체가 경쟁에 뛰어들 수 없어 몇 년간 이 시장은 오롯이 우리 것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식삶의 올해 판매량은 첫해 재배물량의 120배인 120만 립이다. 내년엔 두 배 이상을 더 늘려 총 300만 립을 확보해 두었다. 식삶은 초당옥수수를 발판으로 다양한 고부가가치 먹거리를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의 식자재 사랑 뿌리는 고향이다.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 출신인 김 대표는 대학(동국대 행정학) 재학 중이던 2003년부터 식자재 유통에 나섰다. 농부의 아들로서 1년 내 고되게 일하고도 남는 게 별로 없는 농업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김 대표는 “농업 구조를 바꾸고 스마트한 인력이 많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부가가치 작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자상거래 세계에서 식자재는 계륵이다. 무섭게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소비자가 만족하는 상품을 신선한 상태로 배달하기까지의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식삶은 산지에 대한 장기 투자가 성과로 이어진 드문 사례다. 초당옥수수는 4년 투자하고 기다려 돈을 벌고 있고, 다음 히트작 개발에도 열심이다. 스낵 토마토(당도가 높아 과일처럼 먹는 토마토), 제주산 클레멘타인 오렌지, 국산 깔리만시, 동굴 속 호박 고구마 등이 이 중 일부다.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먹거리를 키우고 고유한 사연을 입혀, 제값을 받고 판다는 목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올해 매출액은 150억원, 영업손실은 3000만원으로 적자다. 김 대표는 “내년엔 제철 식자재로 요리하는 전문 식당을 내고 레디투잇(ready to eat) 형태로 가공된 초당옥수수 상품도 나올 예정”이라며 “2021년께 매출액을 1000억 원대로 키워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에 들어간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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