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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독일·노르웨이 이어 … 각국 화웨이 장비 도입 움직임 잇따라

중앙일보 2019.12.27 00:02 3면 지면보기
미 행정부의 제재 동참 요구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 화해 무드와 함께 5G 통신장비 점유율 세계 1위 화웨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 [사진 화웨이]

미 행정부의 제재 동참 요구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 화해 무드와 함께 5G 통신장비 점유율 세계 1위 화웨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 [사진 화웨이]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 합의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이어 20일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통화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년 1월에 1단계 합의 서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합의 이후
유럽, 고객 이익에 기초한 결정 내려
노르웨이·포르투갈 대표 통신사도
5G 네트워크 구축 위한 협력 유지

 

독일·노르웨이, 고객 이익 위해 화웨이 5G 장비 도입 결정

중국 동관에 위치한 화웨이 옥스혼 R&D 캠퍼스.

중국 동관에 위치한 화웨이 옥스혼 R&D 캠퍼스.

이번 1단계 합의에선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5G·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에 관한 부분은 제외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화웨이에 관한 미국의 제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IT 기업들뿐 아니라 동맹국들에도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독일 업계 2위 이동통신사인 텔레포니카 도이치란트(Telefonica Deutschland)는 자국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화웨이와 노키아를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마르쿠스 하스(Markus Haas) 텔레포니카 도이치란트 CEO는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 장비 공급업체에 대한 정부 허가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가능한 한 빨리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독일 내에서 화웨이 장비 이용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노르웨이 최대 통신사 텔레노어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협력업체로서 화웨이와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프랑스 대표 이통사인 오렌지(Orange)의 스테판 리차드(Stéphane Richard) CEO는 화웨이 보안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18일 프랑스 국회의원들에게 “중국산 안테나를 이용해 통화하면 모든 대화 내용이 중국 공산당에게 도청당할 수 있다는 발상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증언했다.
 
포르투갈 외무장관은 지난 5일 자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포르투갈은 5G 네트워크에 중국 기업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포르투갈 통신업계 선두인 알티스 포르투갈(Altice Portugal)은 지난해부터 화웨이와 2020년 포르투갈의 5G 상용화를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그간 화웨이 배제 노선을 보였던 국가들의 변화도 엿보인다. 지난 19일 호주 철도회사인 브리즈번 크로스 리버 레일은 브리즈번 철도망에 사용되는 디지털 시스템에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2G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이동통신을 위한 국제표준 시스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 정부가 화웨이 5G 장비에 대해 ‘고위험군 공급사’로 분류해 제재를 가하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미국 IT 기업들, 화웨이 배제 동참 요구 거절

지난 17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무부가 지난 몇 달간 AT&T와 버라이즌 등 13개 미 이통사 및 반도체 제조사에 화웨이 제재 동참을 촉구해 왔지만, 미국 IT업계는 미 정부의 조치에 따를 경우 향후 ‘반독점법 소송’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미 IT 기업이 국무부 요구를 거절한 것은 미 정부가 기업 간 거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 간 갈등에만 치우친 제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FT는 미 IT업계 고위 임원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의 지나친 대중국 제재는 세계 기술 거래를 침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은 글로벌 ICT 산업이 더는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에 휩쓸리기보다는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이를 근간으로 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해 가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막연한 사이버 보안 우려와 협박이 유럽 이동통신사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며 “독일 등 유럽의 국가들은 5G에 대해서 증거 기반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정치가 아닌 고객 이익에 기초한 합리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미국을 포함한 최근 글로벌 ICT 산업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내년 5G 관련 28GHz와 SA 사업 등이 예정된 한국 ICT 산업에서도 다시 한번 화웨이를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0%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 업체를 7%P 차이로 따돌렸다.
 
 
중앙일보디자인=김재학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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