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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넘기고 12일째 잠잠···이럴땐 김정은 중대 결심 있었다

중앙일보 2019.12.26 13:38
[중앙포토]

[중앙포토]

북한 고위 인사의 담화가 열흘 이상 잠잠하다. 지난 14일 박정천 총참모장의 담화 이후 26일 오후 현재 12일째 침묵 모드다.  
‘크리스마스 선물’ 담화(3일)로 미국을 위협했지만 별다른 도발 없이 성탄절을 넘긴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개인별장에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북한이 미사일 대신 꽃병을 선물로 보낼지 모른다”며 “놀랄 일이 생기면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을 깍아내리는 듯한 어투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맞받아왔던 과거 패턴을 볼 때 침묵이 다소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14일 이후 열흘 이상 북 담화 '조용' 왜

北 담화는 ‘북한판 트윗’

이전엔 안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당신은 빨리 움직여야 한다. 합의를 이루자”며 “곧 보자”고 트윗하자,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다음날(18일) 담화를 내 “무익한 회담에 더 이상 흥미가 없다”며 “북한은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 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또 수시간 만에 담화를 내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담화에 대해 “북한판 트윗”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하듯,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북한 간부들이 담화로 낸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담화가 열흘 이상 나오지 않을 땐 꼭 무슨 일이 벌어졌다. 김 위원장의 중요 행보가 나오거나, 내부 정책변화 등으로 한반도 국면 전환이 이뤄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월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로,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지도를 보고 있다. 지도에는 사격 방향을 해안 쪽으로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표시(붉은 원)가 그려져 있다.[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월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로,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지도를 보고 있다. 지도에는 사격 방향을 해안 쪽으로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표시(붉은 원)가 그려져 있다.[연합뉴스]

 
가장 최근의 예는 지난달 18일 김계관·김영철 담화 이후 이태성 외무성 부상의 ‘크리스마스 선물’ 담화가 나온 12월 3일까지 보름간 담화가 침묵한 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서해 창린도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 현지지도(11월 23일)를 했고, 군 간부를 대거 이끌고 백두산을 등정했다(12월 3일).
 
앞서 7월 16일~8월 2일, 17일간 담화가 잠잠했던 당시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퍼붓기 시작했다. 5월 이후 두 달여 만에 미사일 카드를 꺼내든 북한은 7월 25일부터 일주일 새 세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꺼리는 한·미 연합훈련(8월11일)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로 맞대응 포문을 열었다.
 
6월 27일~7월 11일, 14일간 담화가 침묵했을 땐 6·30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내부 헌법 개정 등 중요 일정이 진행됐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 침묵 관련해선, 연말을 앞두고 북한의 마지막 전략 고심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러가 16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유엔안보리에 제출하고, 23일 한·중 정상이 제재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등 정세 변화가 북한에 ‘트리거’(방아쇠)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 사이에 박정천 총참모장이 보인다. 이 여사 옆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 사이에 박정천 총참모장이 보인다. 이 여사 옆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연합뉴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2017년부터 시작된 제재 국면의 균열 가능성에 주목했을 것”이라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태도 변화를 보이는 등 정세 변화에 일단 도발을 자제하며 향후 대응 방침을 세우는 데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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