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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발 악재' 코너 몰린 文·아베의 '동병상련'···한일관계는

중앙일보 2019.12.26 12:06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병을 앓고있는 이들이 서로를 가엾게 여긴다는 뜻이다.
 

文과 아베 모두 검찰발 국내 정치 악재
도쿄지검 특수부,카지노 뇌물 의원 체포
벚꽃 모임에 이어 아베 정권에 또 타격
대화 막 시작한 양국 관계에 악재 우려
"아베,외교 업적 위해 강경론 안 펼 것"
"문,남북관계 위해 일본과 잘 지낼 것"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4일 무려 15개월만에 정식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처한 상황을 두고 이 말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두 정상이 국내 정치적으로 만만치 않은 시련을 겪고있고, 공교롭게도 모두 검찰 발(發) 악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사퇴를 부른 검찰의 각종 의혹 수사에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와 선거 개입 수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아베 총리의 경우는 세금이 투입되는 총리 주최 ‘벚꽃 보는 모임’에 지역구 주민들을 잔뜩 초청한 사실이 들통나며 최근 한 달새 지지율이 폭락했다. 아사히 신문 조사에선 40%밑으로 추락했다.  
 
25일엔 서슬 퍼렇기로 유명한 도쿄지검 특수부가 자민당 소속 현역 중의원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48)를 체포하는 악재가 또 터졌다. 
 
일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IR(카지노가 포함된 종합형리조트)사업에 참여하려던 중국 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다.
 
아키모토는 2017년 8월부터 1년 2개월간 내각부와 국토교통성 부대신(차관)으로 IR 사업에 직접 관여했다.  뇌물 수수도 이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되는 건 무려 10년만으로, 일본 검찰은 아키모토 동료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사건은 확대일로다.
 
아베 정권은 그동안 IR사업을 ‘경제 성장의 새로운 기폭제'로 내걸어왔다. 
주무부처 부대신의 뇌물 수수는 아베 정권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아키모토에게 공천을 주고, 부대신으로까지 임명한 자민당 총재의 책임이 무겁다"며 아베 총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2012년 12월 재집권이후 만 7년동안 장기 집권을 이어온 아베 총리에게 또다른 ‘시련의 계절’이 찾아온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대화의 문이 막 열리기 시작한 한·일관계에 양국의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양국 내부의 정치적 악재는 그동안 양국관계에 마이너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적 악재를 덮기 위한 희생양으로 외부의 적을 찾게 되면서,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일본 유력지의 한일관계 전문가는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적 상황,'한국에 양보할 정도라면 관계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70%에 달하는 일본내 여론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주요 현안에 있어서 상대국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징용문제든 수출규제든 해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정치가 어렵다고 해서 상대국에 대해 마냥 강경 자세로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대의 전망도 있다.
 
도쿄의 한국 정부 소식통은 "아베 총리는 국내정치로 잃은 점수를 외교에서 만회하려 할 것"이라며 "한·일관계는 이미 바닥을 쳤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를 조금씩 더 개선해 나가면서 국민들에게 '한국로부터 얻어낸 외교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두 차례 걸쳐 한국 특파원을 지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의 미네기시 히로시(峯岸博)편집위원이 25일 전자판에 실은 칼럼 ‘올림픽과 총선거가 이끄는 한·일 오월동주’의 취지도 비슷했다. 
 
미네기시 편집위원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관계를 중국의 고사성어인 ‘오월동주 (吳越同舟)'로 표현했다.  
 
서로 미워하는 사이라도 어려운 상황엔 단결해 돕는다는 뜻이다.
 
칼럼은 지난 24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데 대해 "새해가 되면 한국은 4월 총선 분위기에 급속히 휩싸이게 돼 문 대통령이 일본에 양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양국관계 악화 흐름에 브레이크를 연내에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베 정권과 문재인 정권이 일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평창올림픽때 처럼 도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일본의 협력이 불가결하다"며 "그래서 도쿄 올림픽 이전에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도쿄올림픽과 남북관계를 의식해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강경론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엔 "양국 관계의 최대 분수령은 압류된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 여부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두 정상의 리더십으로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 낼 수 있느냐에 양국 관계의 향배가 걸려있다는 뜻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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