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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시간 필리버스터 해서 얻은 게 뭐냐"는 비판에 비례한국당 속도내나

중앙일보 2019.12.26 06:00
성탄절 자정인 25일 밤 12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끝났다. 한국당은 23일 선거법 개정안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는데, 국회법은 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 역시 자동 종료하도록 한다. 임시국회 회기(11일~25일)가 끝나면서 ‘선거법 필리버스터’도 막을 내렸다. 
 
사흘에 걸친 50여 시간의 필리버스터를 통해 한국당은 “그동안 해왔던 투쟁의 진정성은 제대로 보여줬다”고 자평한다. “공수처법ㆍ선거법 반대 운동을 사실상 1년 내내 벌여왔는데 어설프게 야합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초선 의원)는 분석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측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측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실제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한국당 의원들은 “정의당이 의석수 좀 늘려보려고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었다”(주호영 의원) “선거법을 걸레로 만들었다”(권성동 의원)며 선거법의 부당성을 집중 공략했다. “지역구 세습에만 몰두한다”(전희경 의원)며 법안을 상정한 문희상 국회의장도 성토했다. 법안의 내용은 물론, 절차에도 공세를 취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결국 얻어낸 게 뭐냐”는 불만도 나온다. “원내 108석 제1야당의 협상력이 제로”라는 무력감도 피력한다. 필리버스터로 결기는 보여줬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여당이 원하는대로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고스란히 통과시켜 주고 있어서다. 현재로선 26일 임시국회가 다시 소집되면 선거법은 그대로 통과될 전망이다. 이후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며칠 늦추었을 뿐 패스트트랙을 막은 건 하나도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뻔히 법안이 처리되고 있는데도 '무작정 필리버스터'만 하다보니 “정치도 모르고 야당할 줄도 모른다"며 원내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삭발, 단식, 장외투쟁 등은 결국 협상력을 높이려는 수단”이라며 “그런데 거꾸로 수단에만 집중하면서 목적 자체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하기 싫은 선거제 아닌가. 그것을 고리로 공수처법도 물밑협상을 했으면, 지금처럼 다 내주진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전희경 의원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측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는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전희경 의원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측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는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때문에 원내지도부가 비례한국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속도를 내는 것은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비켜가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비례한국당은 창당준비위원장을 누가 맡느냐가 핵심"이라며 “비례한국당을 만든 뒤 (한국당과) 따로 놀지 않도록 그 장치를 마련중이다"라고 전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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