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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중 11개국, 검사의 수사지휘권 없다"…경찰 내부 보고서

중앙일보 2019.12.26 06:00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 신당)’ 협의체가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앞으로는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가 사라진다. 또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뒤 수사를 자체적으로 끝낼 수도 있다. 현재는 ‘혐의없음’ 의견을 달아서라도 검찰로 무조건 넘겨야 한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공백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경찰은 “이미 세계 주요 20개국(G20) 중 상당수 나라가 이런 수사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우’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베 일본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베 일본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경찰청 'G20 국가 수사구조 검토' 작성 

25일 경찰청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G20 국가 수사구조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가진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독일·터키·이탈리아·멕시코 6개국뿐이다. 검토 보고서에 유럽연합(EU)은 제외했다. 다양한 국가가 모여 통일된 구조 체계를 도출하기가 어려워서다.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없는 11개국 중 미국의 경우 경찰이 독자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식으로 경찰을 견제한다. 
미국 검찰은 한국과 달리 직접 수사권이 없다. ‘미국 연방검사 매뉴얼’을 보면 검찰은 고소 또는 법 위반 혐의가 있는 사건을 경찰에 수사하도록 ‘요청(request)’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을 뿐이다. 수직적 지휘가 아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검사의 수사지휘권 표시란이 '△' 로 돼 있다. 러시아는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만 검사 지휘를 받는다. 사우디는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는 수사관 제도가 운영 중이다. 수사와 관련한 검사나 경찰 규정이 따로 없다. [출처 경찰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검사의 수사지휘권 표시란이 '△' 로 돼 있다. 러시아는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만 검사 지휘를 받는다. 사우디는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는 수사관 제도가 운영 중이다. 수사와 관련한 검사나 경찰 규정이 따로 없다. [출처 경찰청]

 

美·中 모두 검사 수사지휘권한 없다 

다만 주민 직선제를 통해 검사장을 뽑는 일부 미주 지역의 경우 수사관을 별도로 채용, 특정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사관은 전체 인력의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 역시 검·경이 상호 협력관계다. 공안기관에 대한 인민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다. 다만 일반적인 형사사건 수사는 공안이, 공무원 범죄 등 일부 사건은 인민 검찰이 각각 담당한다. 중국의 형사소송법에 검찰의 수사범위를 뒀는데 상당히 제한적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이용해 공민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다. 일본도 경찰에 대한 검사의 구체적 사건 지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뉴스1]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뉴스1]

 

G20 중 11개 국서 경찰에 수사종결권 줘 

G20 여러 나라가 이미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영국·호주·일본 등 11개 국가가 해당한다. 캐나다 경찰은 수사를 마친 뒤 법원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소의견서’를 작성, 사건을 검찰로 보낸다. 철저하게 ‘경찰=수사’ ‘검사=기소’ 구조다. 캐나다 경찰은 수사 과정서 증거가 충분치 않거나 재판에 넘길 필요성이 없다고 결론 내면 사건을 자체 종결 처리한다. 이때 별도의 송치절차는 없다.  
 
영국 경찰도 사건을 경찰 스스로 끝맺는 게 가능하다. 영국의 ‘검찰 실무규범’상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영국 경찰은 ‘기소 권한’도 갖고 있다. 경찰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사건을 집적 재판에 넘기는 것이다.  
2014년 사법제도 신뢰도 조사. 한국은 최하위권(붉은 상자안)이다. [출처 OECD]

2014년 사법제도 신뢰도 조사. 한국은 최하위권(붉은 상자안)이다. [출처 OECD]

 

2014 사법 신뢰도 조사서 한국 최하위권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세계 수사구조의 표준을 이야기할 때 유럽이 중심이 되다 보니 편향성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며 “G20은 여러 대륙에 속한 국가가 포함돼 이들 나라의 수사구조는 그만큼 대표성과 합리성을 띤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뢰로 실시한 ‘사법제도 신뢰도 조사’ 결과, 한국은 조사 대상 42개국 중 최하위권인 39위(신뢰도 27%)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마약범죄로 악명 높은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 3개 나라뿐이다. 2017년 한해에만 3만명 넘는 시민이 강력범죄에 희생된 멕시코가 당시 조사에서 한국보다 높은 30위를 차지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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