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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패트 법안 수정, 文대통령과 홍영표가 약속했었다"

중앙일보 2019.12.26 05: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 2월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 부터)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전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 부터)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전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의 국회 패스트트랙 상정 뒤 법안 보완을 약속했던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검찰 지휘서신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裁可)를 받고 전국 검사장에게 보내졌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문 대통령도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문제점을 인식했었다는 것이다. 
 

전·현직 법무부·대검 관계자 전해
“박, 4월 재가받고 검사장에 서신
당시 홍영표·조국도 수정 약속”
4+1 수사권조정안엔 반영 안 돼

중앙일보 취재결과 복수의 전·현직 법무부와 대검 고위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도 박 전 장관의 서안에 담긴 법안 수정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文 대통령 재가, 조국 "책임지고 수정" 

패트 법안 상정 뒤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현 수원지검장)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며 사표를 쓰겠다고 하자 윤 국장의 서울대 법대 1년 선배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법안의 문제점을 책임지고 고쳐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 제청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 제청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조 전 수석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10월 신임 검사장과의 만찬에서도 "패트 법안의 결점이 많은 것을 안다. 부족한 점은 차차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4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여야 협의체가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합의안에는 박 전 장관의 서신 내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복수의 검찰 고위 관계자는 "불과 7개월 전 문 대통령이 재가하고 박 전 장관과 조 전 수석, 홍 전 원내대표가 약속했던 사안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현 정권을 겨눈 검찰 수사에 대한 보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패트 법안에 격앙

윤석열 검찰총장도 24일 여야가 해당 법안에 합의한 뒤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윤 총장은 주변 인사들에게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이어지자 정부가 검찰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박 전 장관과 홍 전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말씀드리기 어렵다""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5월 서신에서 패트 법안은 "논의의 출발점이자 수사권 조정에 초안"이라며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수사 확대 ▶경찰 보완수사 요구 강화 ▶필요시 경찰 사건 송치 보장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인정 등을 향후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영할 것이라 약속했다.  
 
지난 2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당시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차담회장을 벗어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당시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차담회장을 벗어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상기 서신 반영 안 됐다 

하지만 실제 합의안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 대형참사가 추가되고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가능 범죄가 다소 확대됐을 뿐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수사지휘권 폐지)을 부여하는 법안의 핵심 골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 종결 및 송치 전까지 수사 개입 및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검찰의 피신조서 증거능력도 4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결국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대검은 최근 이인영 현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홍영표가 약속했던 사안인데 왜 받아들여 주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이 원내대표로부터 "난 홍영표가 아니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대검 관계자와 관련 사안으로 만난 적이 없고 해당 발언을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檢, 집단 항명 가능성  

윤 총장은 해당 법안이 국회 표결을 거치기 전인 연내 공식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24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법안이 합의됐다"는 게시물을 올리고 검사들의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검찰의 집단 항명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복수의 대검 고위 관계자는 "수사종결권이란 막강한 권한을 경찰에 넘기며 검찰의 지휘 통제는 불가능하게 만든 법"이라며 "공룡경찰에 대한 대책 없이 검찰의 손발만 잘랐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법무부 입장 수용" 

'4+1' 협의체에 여당 협상 대표를 맡고 있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와 피신조서 유예기간을 둔 것은 법무부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법안의 골격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수용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4+1' 협의체 소속 한 야당 위원은 "법무부와 검찰이 너무 늦게 의견을 낸 것 같다"며 "솔직히 말해 이번 법안으로 권력의 80%가 경찰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은 보장되고 있다"며 수긍하지 않았다. 
 
여야 4 1 사법개혁 협의체 회의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여영국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여야 4 1 사법개혁 협의체 회의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여영국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4+1' 협의, 기록은 없다 

'4+1' 협의체에서 수사권조정 법안을 협의하며 회의록 등 아무런 공식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한 현직 검사는 "이번 법안이 어떤 경위와 취지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며 "날림도 이런 날림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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