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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남매의 난'…그 시작은 조현아 라인 제거한 11월 인사

중앙일보 2019.12.26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운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운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조현아 측근들 대거 배제에 반기
경영복귀 안되면 전면전 가능성
직원들 “힘 합쳐도 모자랄 판에”

한진가 '남매의 난' 발단은 지난달 한진그룹 정기 인사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낸 입장문 중 일부다.  
 
항공업계는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결정적 이유가 이 문장 속에 있다고 분석한다.  
발단은 지난달 29일 단행된 한진그룹 정기 임원인사다. 이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은 물론 그의 측근까지도 대거 배제됐기 때문이다.  
 
당시 인사는 표면적으로 임원 수 20% 이상을 감축하는 것이 골자였다. 기존 회장을 포함한 임원 규모가 108명에서 79명으로 27% 줄었다. 한진그룹 측은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임원 조직 체계도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한다고 했다. 항공업황 부진으로 인한 비상경영의 일환이란 설명도 있었다.  
 

조 전 부사장 측근 대거 물갈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왼쪽)씨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왼쪽)씨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이 인사를 들여다보면 조 전 부사장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임원이 대거 물러났다.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관리했던 대한항공 기내식기판 사업본부를 담당하는 임원 상당수가 퇴사했다.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병택 전무와 양준용 상무, 함건주 상무 등이 나갔다. 현재 기내식기판 본부의 총괄 책임자는 조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승범 부사장이다.  
 

그룹 내 영향력 감소로 연결

 
우기홍 신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우기홍 신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조 전 부사장의 사람들이 물러난 자리는 조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임원들이 채웠다. 또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설립에 공을 세운 우기홍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하은용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한진그룹 인사가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도화선”이라며 “본인의 복귀는커녕 오랫동안 함께 했던 측근들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된 것은 그룹 내 영향력까지 줄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의 지배력이 공고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조 전 부사장이 더 늦기 전에 경영 복귀를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 KCGI와 연대 가능성도

 
한진칼 주요 주주인 KCGI. [KCGI 캡쳐]

한진칼 주요 주주인 KCGI. [KCGI 캡쳐]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 등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한진가의 남매 전쟁은 전면전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 전 부사장이 내년 3월에 있을 한진칼 주주총회에 앞서 주요 주주들과 연대해 조 회장과 맞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 측은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 측과의 연대 가능성도 내비친 바 있다. 지분을 가진 세력 간 합종연횡에 따라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하루아침에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내부 동요 심각…블라인드엔 성토

 
조현아 전 부사장의 공개 입장문 발표 이후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글. [블라인드 캡쳐]

조현아 전 부사장의 공개 입장문 발표 이후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글. [블라인드 캡쳐]

 
상황이 이렇자 한진그룹 내부 동요도 심각하다. 직원들은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안그래도 힘든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조 전 부사장의 공개 입장문 발표 이후 대한항공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엔 “마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읍시다”란 글을 비롯, 비판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마녀…' 글 작성자는 “항공업계도 뒤숭숭한데 일부러 이런 때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본인 입장을 냈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텐데 우리가 회사로 못 돌아오게 힘 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틀 만에 6000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이 글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회사 이미지 실추시킨 사람들이 복귀를 논한다니”, “혁신적인 이미지 변신시켜줬지 땅콩 하나로” “주식을 W(조원태) 회장에게 위임하면 방법이 될까”, “마녀가 날아오르려고 빗자루를 찾고 있다”와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앞서 대한항공 노조도 24일 성명서를 통해 “1만 조합원의 뜻을 모아 경고한다”면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어림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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