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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병원 안가고 원격상담

중앙일보 2019.12.26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선생님, 혈압 잰 것 보냅니다. 저번에 아팠던 발 뒷꿈치는 이제 덜 아프고요. 그 외 (건강상태)는 양호합니다.’
 

“혈압 수치 보냅니다” 문자·전화
주치의처럼 의사의 관리 받아
동네의원 2563곳서 시범사업
노인 등 16만8000명이 혜택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70대 고혈압 환자 최모씨는 동네의원 의사에게 일주일에 한 번꼴로 이런 문자를 보낸다. 그는 자가 측정한 혈압 수치와 자신이 느끼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의사에게 전한다. 문자를 받은 이동수 연세가정의원 원장은 ‘예. 어지럽지 않은지 지켜봐주세요’라고 답한다. 최씨는 한 달에 한 번 혈압약을 처방받으러 의원을 찾지만, 평상시엔 이렇게 수시로 스스로 혈압을 잰 뒤 의사에게 수치를 전송하고 답을 받는다.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건강 상태를 챙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시행 1년을 맞아 서울 관악구 동네의원과 환자 가정을 방문헤 시범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시행 1년을 맞아 서울 관악구 동네의원과 환자 가정을 방문헤 시범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최씨는 지난 1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시작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동네의원에 다니는 고혈압·당뇨병 환자에 전화·문자 등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사업이다. 만성질환자들이 혈압·혈당 등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 귀기울이게 하자는 취지다. 복지부는 이렇게 동네의원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체계가 정착되면 합병증 발생률이 감소하면서 진료비 지출이 줄고 간병 비용 등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전국 75곳 2563개 의원에서 16만822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절반(7만9996명)은 65세 이상 노인 환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시행 1년을 맞아 서울 관악구 동네의원과 환자 가정을 방문헤 시범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시행 1년을 맞아 서울 관악구 동네의원과 환자 가정을 방문헤 시범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의사에게 직접 연락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보니 환자 만족도가 높다. 최씨는 “주기적으로 혈압을 재다 보니 아무래도 더 관심을 갖고 관리하게 된다”며 “몸이 불편할 땐 그런 얘기도 전한다.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훨씬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내 주치의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등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연락해 물어볼 전문가가 있다는 데에 환자들이 만족한다”며 “연락이 오면 의사로서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24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동네의원과 환자의 집을 찾았다. 박 장관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 건강정책의 목표는 건강한 노화다. 만성질환 관리는 기대수명(2016년 기준 82.4세)과 건강수명(73세)의 격차를 줄이는 핵심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고혈압 환자 70대 여성 최모씨가 의원 의사와 주고 받은 문자. 황수연 기자  .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고혈압 환자 70대 여성 최모씨가 의원 의사와 주고 받은 문자. 황수연 기자 .

복지부는 참여 환자 가운데 집중 관리가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환자 관리료 수가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집중 관리 환자는 ▶혈압·혈당 조절이 안 되는 환자 ▶합병증 동반 환자 ▶인슐린 투여 환자 등이다. 복지부는 “더 자주 관리할 필요가 있는 위험군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늘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시행 1년을 맞아 서울 관악구 동네의원과 환자 가정을 방문헤 시범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시행 1년을 맞아 서울 관악구 동네의원과 환자 가정을 방문헤 시범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에 따라 앞으로 동네의원이 집중 관리 환자를 정해 전화나 카카오톡 등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메신저로 매달 최소 2회(분기별 12회) 원격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4만4130원의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이전에는 환자 구분 없이 모든 환자에 대해 월 2회씩 문자·전화 등의 서비스를 할 경우 분기별로 2만8000원의 수가를 줬다. 시범사업 기간 원격 관리를 받는 환자의 부담은 없다. 
 
복지부는 또 내년부턴 혈압·혈당 수치뿐 아니라 환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갤럭시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한 운동량 등 신체활동이나 식생활 정보 등도 의사에 전송해 상담받을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블루투스 기능이 연동된 혈압계나 혈당계도 대여해준다. 환자가 이 기기로 수치를 측정하면 관련 정보가 의원에 자동으로 전송돼 따로 문자를 보낼 필요가 없어진다. 박 장관은 “환자와 의료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제도를 보완해 2021년 본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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