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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과학&미래] 수명 남은 원전 폐쇄할 만큼 우리가 여유롭나

중앙일보 2019.12.26 00:13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경제기획팀장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경제기획팀장

‘옥시모론(Oxymoron:모순어법)’.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보고 떠오른 단어다. 에너지와 관련해 현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을 몇 가지 단어로 정리해본다. 탈(脫) 원전·수소 경제·신재생에너지…. 언뜻 보면 수미일관(首尾一貫)해 보인다. 하지만,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모순’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3일 유럽에서는 한국 정부가 숙고해봐야 할 결정이 내려졌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이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합의를 이뤘다는 소식이었다.  
 
유럽이 이런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은 지난 여름의 기억이 너무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북극권에 속해있는 그린란드까지 하루 최대 110억t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등 유사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줄이겠다는 걸까. 결국은 에너지원의 선택이다. 정상회의 결과문엔 ‘회원국의 에너지 믹스(Mix·전력 발생원의 구성)와 가장 적절한 기술을 선택할 권리를 존중한다’라고 돼 있다. 프랑스처럼 원전을 고수하는 나라도 있으니, 각자 알아서 탄소제로 목표만은 채우라는 뜻이다. 그만큼 원전의 잠재적 위험보다, 현실적인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유럽 각국이 인정한 셈이었다.
 
그럼 한국은?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는 전 세계 평균의 곱절이라고 한다. 당장, 지난 여름 유럽과 같은 폭염을 경험하지 않아서 심각성을 못 느낄 뿐, 조만간 유럽을 넘어서는 최악의 여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 정부는 탈탄소보다는 탈원전에 더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수명이 3년이나 남은 원전은 영구폐쇄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인 보령 3호기 등은 성능개선 사업을 통해 사실상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신규 석탄발전소도 건설되고 있다. 수소경제를 하겠다면서도 클린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초고온가스로 연구개발은 원자력이라며 외면한다. 부족한 수소는 이산화탄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LNG 개질을 통해 주로 얻겠단다. 어쩌란 말인가.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경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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