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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시간 성탄절 필리버스터 끝…27일 선거법 표결 검토

중앙일보 2019.12.26 00:06 종합 4면 지면보기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는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박 의원은 이날 오전 2시10분부터 오전 8시까지 이번 필리버스터 최장 시간인 5시간50분 동안 토론했다. [연합뉴스]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는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박 의원은 이날 오전 2시10분부터 오전 8시까지 이번 필리버스터 최장 시간인 5시간50분 동안 토론했다. [연합뉴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이 정한 대기 순번에 따라 24일 자정부터 성탄절인 25일 새벽까지 국회 본회의장을 지켰다.

한국당 “선거법 걸레로 만들었다”
당내 일부 “얻어낸 게 뭐냐” 불만
민주당 “의장단 체력 바닥났다”
본회의 소집 하루 연기 가능성
야당 “홍남기 탄핵안 자동폐기 꼼수”

 
본회의장에선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었다.

 
성탄절 새벽 2시10분.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의 목소리가 본회의장을 울렸다.

 
“…장비(張飛)가 동탁(董卓)이 됐다. 신의의 장비가 아니라 역적 동탁,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의회주의를 짓밟은 의회 쿠데타의 주모자….”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고 불려온,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맹렬한 성토였다.

 
도 의원은 박 의원의 토론 중 피곤한 모습으로 본회의장을 나왔다. 그때가 새벽 4시였다. 박 의원은 도 의원이 국회를 떠나고 난 뒤에도 필리버스터를 계속했다. 그가 토론을 마친 시간은 25일 오전 8시. 무려 5시간50분의 반대토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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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전날 오후 6시20분, 필리버스터 다섯 번째 주자였던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2시간50분간 발언을 했다. 휴대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지 의원에게 다가가 물어봤다. “이제 지역구로 가느냐”고. 그는 피곤한 기색으로 “아이들을 보러 가려 한다”며 총총히 국회를 떠났다. 그는 허리가 아픈지 손으로 계속 옆구리를 두들기고 있었다.

 
‘필리버스터 국회’는 성탄절에도 쉼 없이 돌아갔다. 이날까지 총 16명(민주당 6·자유한국당 6·바른미래당 2·정의당 1·무소석1)이 토론을 마치고 성탄절 자정에야 끝났다. ‘50시간’ 연속 필리버스터였다. 여야 모두 피로감이 쌓인 듯한 모습이었다.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 이 의원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이 거론했던 청소미화원들이 새벽에 타는 ‘6411번 버스’를 언급하며 6411초(1시간46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뉴시스]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 이 의원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이 거론했던 청소미화원들이 새벽에 타는 ‘6411번 버스’를 언급하며 6411초(1시간46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뉴시스]

한국당은 사흘간 “정의당이 의석수 좀 늘려 보려고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었다”(주호영 의원)거나 “선거법을 걸레로 만들었다”(권성동 의원)며 부당성을 집중 부각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스스로 대화의 문을 닫고 어떤 형태든 제도 개선에 응하지 않아 오늘의 이 상황을 초래했다”(홍익표 의원)고 맞섰다.

 
50시간의 필리버스터를 마친 뒤 한국당은 “투쟁의 진정성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사실상 법안 통과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필리버스터를 하다 보니 “결국 얻어낸 게 뭐냐”는 불만도 나왔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도 하기 싫은 선거제를 하려는 것 아니냐. 공수처도 다음 정권이나 문재인 정부 임기 만료 몇 달 전부터 설치한다는 식으로 (공수처는 받고 선거법은 받지 않는 식의)조율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26일부터는 더불어민주당이 소집한 새 임시국회의 시작이다. 필리버스터는 한 개의 안건에는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카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6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고 공고한 상태다. 그래서 선거법 개정안은 이르면 2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곧바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선거법 표결을 하루 늦출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7일 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1월까지 법안마다 하나씩 (쪼개기 임시국회로) 갈 테니 장기적으로 체력 안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는 “국회의장단이 필리버스터를 사흘간 진행하면서 체력이 바닥났다”며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선거법 표결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야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한국당이 제출한 탄핵소추안 표결 시한이 26일까지인 만큼 이를 자동폐기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3일 오후 7시 57분 본회의에 보고된 홍 부총리 탄핵소추안은 24~72시간 내 표결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되는데 해당 시한이 26일 저녁 7시 57분까지다. 이에 대해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 공조가 확고한 상황에서 홍 부총리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부결될 게 뻔하다”며 “그보다는 문 의장 물리적인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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