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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행사인데···UNIST 졸업식 10일전 온 전화 "VIP 가신다"

중앙일보 2019.12.25 16:32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2일 오후 울산광역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위수여식 참석에 앞서 학생창업 시제품 에 대해 설명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2일 오후 울산광역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위수여식 참석에 앞서 학생창업 시제품 에 대해 설명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차관급 행사, 10일 전 온다고 통보해 놀라”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위수여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울산 지역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과도 연관이 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5일 UNIST 고위직을 지냈던 A씨는 “당시 방문 10일 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를 통해 VIP(대통령)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공식적으로 과기부 장관급 행사로 분류되지만 보통 차관이 오는 게 관행이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예정돼 있던 총장 축사도 줄이고 청와대 요구 사항을 반영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과거 UNIST 학위수여식 행사 정보에 따르면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2016년 2월),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2017년 2월),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2019년 2월) 등이 다녀갔다. 2009년 개교한 UNIST는 2013년부터 학위수여식을 열었다.
 
평창 올림픽 일정 사이 눈에 띄는 〈br〉문재인 대통령 울산 방문 일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평창 올림픽 일정 사이 눈에 띄는 〈br〉문재인 대통령 울산 방문 일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평창 올림픽 앞뒤, 대통령 되게 피곤해 보여" 

문 대통령은 2018년 2월 12일 UNIST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학사모 수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는 행사에 참석했다. A씨는 “평창 올림픽 일정을 앞뒤로 소화하느라 그런지 그날 대통령이 되게 피곤해 보였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대통령 방문이 당시 지방 선거와 관계가 있을 수 있겠다 싶다”고 말했다.  

  
그는 “축사만 하고 떠날 줄 알았는데 학생 창업인 간담회 등 4시간 정도 일정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야권 인사는 행사에 배제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측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축사를 하려고 했지만 청와대에서 자제해달라는 해 결국 못했다”며 “울산시가 매년 100억원 정도 지원하는 학교인데 시장이 축사를 못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울산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에서 조사를 받은 울산시청 전직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해외 정상을 만나기도 바쁜데 울산까지 내려와 졸업장을 수여하고 간 건 민주당 경선에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울산공항에서 민주당 관계자를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문 대통령의 공식 일정에 따르면 2018년 2월 9일 평창 올림픽 개회식부터 25일 폐회식까지 국내 일정은 18일 UNIST 방문 하나뿐이었다. 이 기간 일정은 이방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좌관 등 대부분 해외 정상급 인사들과의 만남으로 짜여 있다.  
  
2014년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송철호(왼쪽) 현 울산시장을 돕기 위해 지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사진 송철호 시장 트위터]

2014년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송철호(왼쪽) 현 울산시장을 돕기 위해 지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사진 송철호 시장 트위터]

검찰, UNIST-울산시가 추진했던 산재 모 병원 예타 심사 조사 

다만 UNIST 설립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갖고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A씨는 “UNIST가 울산과학기술대로 시작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이었다”며 “울산과학기술대를 과학기술연구원으로 전환할 때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도움을 준 인연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과학기술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전국에 4곳이 있다. 이중 UNIST는 설립연도나 예산 규모로는 막내급에 해당한다. UNIST는 2003년부터 1700억원 규모 산업재해 모(母) 병원(산재모병원)을 학교 내 부지에 설립하는 사업을 울산시와 함께 추진했다.
 
김기현 전 시장은 지난 20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 5월 지방선거 후보 마감 직후 선거가 시작되던 시기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는 결과를 받았다”며 “조사 결과가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청와대와 행정 부처가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해 산재모병원 예산 심사 과정이 결과 발표 전 미리 송철호 현 울산시장 측에 전달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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