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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행렬도, 봉수대도…관광 자원으로 거듭나는 우리동네 문화 콘텐트

중앙일보 2019.12.25 15:48
무주문화원 조선왕조실록 봉안행렬. [사진 무주군청]

무주문화원 조선왕조실록 봉안행렬. [사진 무주군청]

 
지난달 2일 전북 무주군에선 조선왕조실록 봉안행렬 및 봉안식 재연 행사가 열렸다. 묘향산 사고(史庫)에 보관됐던 조선왕조실록을 1634년(인조 12년) 적상산 사고로 옮겨오며 치른 행사를 385년 만에 재연한 것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지방문화원 원천콘텐트 발굴 지원 사업’

무주군의 적상산 사고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조선왕조실록과 왕실족보인 선원록 등 5541권이 약 300년 간 보관돼 있던 곳이다. 이곳의 실록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장서각으로 옮겨졌다 6ㆍ25 전쟁 때 북한으로 옮겨졌다.  
실록의 이동의 엄숙한 국가 의례였다. 한양에서 이송된 실록이 무주 관아에서 도착하면 대대적인 환영식이 펼쳐졌고, 관아에 임시로 보관했다 관상감에서 정해준 날짜와 시각에 사고지로 이동했다. 관아에서 사고로 이동할 때도 의장대를 갖추고 풍악을 울리며 행진했다.
실록 환영 행렬과 무주 관아에 보관하는 보관식, 사고에 실록을 안치하는 봉안식 등을 순서대로 재연한 이날 행사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지방문화원 원천콘텐트 발굴 지원 사업’ 의 하나로 열렸다. 연합회가 2017년부터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전국 230개 지방문화원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문화를 발굴해 콘텐트로 만드는 사업이다. 올 한 해 동안 43개의 콘텐트를 발굴했다. 무주문화원의 김정호 사무국장은 “실록 봉안행렬ㆍ봉안식을 무주만의 특화된 전통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복식 고증 등을 더욱 정교하게 하고 지역 축제인 9월 반딧불 축제와 연계해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목포문화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목포 문화지도.

목포문화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목포 문화지도.

이렇게 발굴된 문화 콘텐트가 지역의 관광 아이템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여럿이다. 전남 목포문화원에선 ‘목포는 항구다’를 주제로 ‘목포항구문화 콘텐트 개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30개의 길과 거리로 구성된 목포항구문화권을 설정하고, 선구점 거리 이야기, 건어물ㆍ젓갈 이야기, 일제 건축물과 서화 거리 이야기 등 6개의 테마로 디지털북을 제작했다. 또 목포의 근대 역사 및 관광자원,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영상 ‘목포, 평화와 예술의 순례길’을 제작, 목포문화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뒀다. 관광객들이 그림지도와 디지털북 등을 활용해 거리를 걸어가며 목포항구문화와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전남 곡성문화원은 1827년 천주교 박해사건인 정해박해를 지역문화의 대표 콘텐트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발굴ㆍ조사 작업에 들어갔다. 정해박해의 진원지인 곡성군 덕실마을 옹기터촌은 매년 5만여 명의 순례자들이 다녀가는 천주교 성지지만, 그동안 스토리텔링 콘텐트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문화원은 유적지 조사와 구술 녹취 및 채록, 천주교 박해 관련 사료 조사 등을 진행 중이다.  


부산 해운대문화원은 간비오산 봉수대에 주목했다. 간비오산 봉수대는 1425년(세종 7년)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 이미 수록돼 있는 것으로 미뤄 고려 말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이다. 이후 1894년 갑오경장 때까지 약 700년간 해운포 일대에 침입한 왜적을 감시했다. 해운대문화원은 지난해부터 수집ㆍ정리한 간비오산 봉수대 봉군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쳐 다큐 영상물과 웹툰ㆍ시나리오ㆍ소설 등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해리단길’에서 출발해 간비오산 봉수대로 가는 탐방로 지도를 제작, 내년부터 관광객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해운대문화원 정진택 사무국장은 “봉수대 점화 재현행사, 봉수대 봉군 체험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봉수문화축제를 기획해 해운대구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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