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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 성탄선물로 미사일 대신 꽃병 보낼 수도" 여유

중앙일보 2019.12.25 14:35
미국 시간으로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대신에 예쁜 꽃병을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놀랄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뭐든 잘 처리할 수 있다”면서다. 실제로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닌지, 일부러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실제로 북한은 한국 시간으로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오전까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진 않다. 그러나 도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크리스마스까지 하루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주요 명절들을 골라 고강도 도발에 나서곤 했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다음가는 명절인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 목요일)이나 미국의 대표적인 연방 공휴일인 독립기념일(7월 4일) 등이다. 주목도를 높이고 파급력을 키워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술이다.
 
북한은 한 달 전인 지난달 28일에도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 상으로 발사했다. 방사포를 쏜 시각은 한국시간 오후 5시. 미국 워싱턴이 있는 동부 시간대론 추수감사절이 막 시작된 오전 3시였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등 미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추수감사절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한 2017년 7월 4일도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다. 북한은 당일 오후 3시 조선중앙TV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는 특별중대보도를 내보냈다. 워싱턴 시간으로는 오전 2시, 독립기념일의 날이 밝은 순간이다. 북한이 ICBM급 화성-14형을 쏜 뒤 ‘선물 보따리’라면서 미국을 자극한 점도 주목된다. 지난 3일 이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 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며 ‘선물’이란 표현을 똑같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중앙TV는 “(미국은) 독립절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 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자주 보내 주자고 호탕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고 보도했다. ICBM급 발사를 선물 보따리에 비유한 것이다. 이후 북한은 넉달여 뒤인 같은 해 11월 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ICBM 관련 도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미국의 명절 중에서도 오전 시간대를 골라 도발에 나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벽잠을 깨워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북한이 발사 징후와 기술력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이른 시간대를 골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도발을 감행하는 대신 하순 개최를 예고한 노동당 전원회의와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대미 강경 노선을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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