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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버린 날, '태양광 특혜' 허인회 몰락···"레임덕 신호"

중앙일보 2019.12.25 14:26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10월 24일 국회 행정안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10월 24일 국회 행정안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국당 의원들 “무리하게 태양광 밀더니…”

‘운동권 대부’에서 태양광 사업가로 변신한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이하 녹색드림) 이사장이 임금체불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이자 정치권에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촉진 정책과 관련짓는 목소리도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멀쩡한 월성1호기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날(24일) 원전을 대체하겠다고 설치던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 출신 태양광 사업자에 대해 임금체불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도 직원들 임금을 못 준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밝혔다.
민 의원은 또 “이제 전기료는 올라갈 거고 이 정권이 끝나면 태양광은 다 폐기해야 할 거고 관계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원망하며 차례로 은팔찌를 차야 할 것”이라며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거들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욕하면서 배운다더니, 공공수주 독점·불법하도급·임금체불·보조금 및 사업자 선정 특혜는 그들이 비판하고 투쟁했던 이슈 아니었나”며 “적폐 청산이 아니라 적폐 재건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서울시 국감에서 지적했던 사안이 이제야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때 막을 수 있었는데 서울시와 정부의 묵인이 일을 더 키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허인회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야당 “4+1 협의체 탓에 민주당 눈치 봐야”

허 전 이사장이 친여 성향인 탓에 더불어민주당에선 특별한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은 비공식적인 경로로만 허 전 이사장을 비판하고 있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 신당)’에 속한 한 야당 관계자는 “선거법 등의 통과를 위해 민주당과 공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공식적으로 비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태일)는 허 전 이사장에 대해 수년간 녹색드림을 운영하면서 직원 40여 명에게 임금 5억원가량을 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허 전 이사장의 임금체불을 확인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허 전 이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7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허 전 이사장은 1985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단체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삼민투)’의 위원장을 지냈다. 정치 입문 이후에는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맡았고, 16·17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허 전 이사장 등 친여 운동권 인사들은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 들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감사원은 지난 10월 ‘서울시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사업 추진 실태’를 통해 서울시가 녹색드림·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해드림협동조합 등 3곳에 특혜를 줬다고 발표했다. 녹색드림의 경우 사업자 선정에 필요한 자격을 모집 마감일인 2015년 9월 30일까지 갖추지 못했는데도 서울시가 두 달 가까이 기다렸다가 사업자로 선정했다는 지적이다.
 

불법 하도급·보조금 횡령 경찰수사

녹색드림은 허 전 이사장의 임금체불 수사와 별개로 불법 하도급 혐의와 보조금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허 전 이사장 소환 조사와 자료 수집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남대문경찰서에서 진행 중이던 관련 수사도 다 동대문경찰서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언제쯤 마무리할지 묻는 말에는 “금방 끝날 사건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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