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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선배의 각 잡힌 셔츠의 비밀, 버튼다운 셔츠

중앙일보 2019.12.25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2) 

 

보통 쇼핑은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품정보 홍수 시대에 남자에게도 쇼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다면 남자는 어떻게 하면 쇼핑을 잘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발품과 손품을 팔아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라고 나름 정의를 내려본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은 불혹 직장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쇼핑 필살기다. <편집자>

 
첫 출근을 일주일 앞둔 날, 어머니 손에 이끌려 동대문 맞춤 정장 집에 갔다. 동대문에 가면 직접 원단을 떼서 맞춰주기 때문에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말에 흰색 셔츠 몇장과 검은색 정장을 맞췄다. 출근 전날 받아본 옷은 생각보다 넉넉했다. 아마도 일하면서 불편하지 않게 해달라는 어머니의 요청 덕분이겠지만, 누가 봐도 아빠 옷 급히 빌려 입은 사회초년생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꼴이었다.
 
생각보다 그 옷은 유용하게 잘 입었다. 백화점 일이라는 것이 앞에서는 고상했지만, 뒤에서는 상자 나르고, 매대 나르다 옷이 잘 찢어지는 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의 한 벌에 바지 두 벌씩 맞춘 것은 어머니의 혜안이었다. 힘을 쓰는 일을 할 때 바지는 무릎이 닳고 사타구니가 터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신축성이 전혀 없는 원단 때문이지만, 그 당시는 몰랐다.
 
고객을 만나는 직무의 직원은 넥타이를 갖춘 정장 차림이었지만, 고객을 만나지 않는 직무의 직원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었다. 나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어야 했는데, 어떻게 입을지 몰라 동대문에서 샀던 정장에 넥타이만 풀고 다니는 수준이었다. 특히 넥타이를 할 때는 몰랐는데, 맞춤 셔츠의 카라(collar)가 펄럭이는 것이 1980년대 영화에 나오는 건달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시던 임원과 복도에서 마주쳤고 옷에 대해 한소리 듣게 되었다.
 
“너는 월급 어디다 쓰냐? 옷 좀 사 입어.”
 
친밀감을 드러내는 장난 섞인 농담이었지만, 귀가 새빨개졌다. 사실 나도 다른 직원처럼 옷을 잘 입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운동복만 입고 다니던 대학 시절이 원망스러웠다. 영 패션센스에는 자신이 없었기에, 옆 팀의 차장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늘 깔끔하게 정리된 옷에 디자이너 같은 동그란 안경, 가끔은 과감한 색의 재킷을 입기도 하는 멋쟁이였다.
 
셔츠는 소비재에 가깝기 때문에, 코트나 액세서리와는 달리 고가의 명품보다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여러 장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unsplash]

셔츠는 소비재에 가깝기 때문에, 코트나 액세서리와는 달리 고가의 명품보다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여러 장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unsplash]

 
매일 멋쟁이 차장님이 입고 다니는 옷들을 눈여겨보았다. 그 당시에는 몰랐던 단어였지만, OOTD(outfit of the day, 오늘의 패션)를 관찰한 것이다. 한가지 신기했던 것은 카라가 늘 고정된 것처럼 각이 잡혀있다는 것이었다. 가끔은 카라 아래쪽에 단추가 달려있기도 했다. 왠지 저 패션센스가 잘 정리된 카라에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도 저런 카라의 셔츠를 사면 멋쟁이 차장님처럼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셔츠 매장으로 향했다.
 
“버튼다운 셔츠 말씀하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셔츠의 종류가 많았다. 그 기준을 카라(collar)로 해서 간단히 구분해 보면 처음 동대문에서 맞춘 가장 보편적인 레귤러 카라(Regular collar), 멋쟁이 차장이 입고 다니는 고정된 카라를 버튼다운(Button-down collar), 그리고 영국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와이드 카라(Wide collar) 정도로 나뉜다. 물론 슬림카라, 헨리넥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있으나 나 같은 초보 입문자에게는 위의 3가지가 가장 접근하기 쉬웠다.
 
셔츠 매장 직원분은 내게 요즘 잘 나가는 브랜드의 와이드 카라 셔츠를 추천했다. 팔길이도 어울리고 약간 푸른 빛이 도는 셔츠였지만 지금 내가 찾고 있는 버튼다운 셔츠는 아니었다. 그 브랜드의 셔츠는 버튼다운 셔츠가 없었고, 다른 매장으로 가려는 내게 직원이 말했다.
 
“세탁소 가서 삼천 원 주면 셔츠를 버튼 다운으로 수선해줘요”
 
물론 안 샀다. 굳이 새 상품을 사서 수선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원하던 스타일의 셔츠를 사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백화점을 그만두기까지 셔츠만 백 벌 가까이 산 것 같다. 초반에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신사복 브랜드나, 셔츠 브랜드에서 구매했지만, 나중에는 SPA 브랜드에서 구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기 때문이었다.
 
글쓴이가 소장하고 있는 버튼다운 셔츠. [사진 한재동]

글쓴이가 소장하고 있는 버튼다운 셔츠. [사진 한재동]

 
SPA 브랜드의 셔츠를 고르는 데 있어서 멋쟁이 차장님의 쇼핑 노하우 하나 밝히자면, 바로 원산지를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SPA 브랜드 셔츠는 사실 “Made in China”가 많다. 그러나 가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터키 등 면이나 패션으로 유명한 국가의 제품이 보이면 우선순위로 구매한다. 사실 제품에서 큰 차이가 있겠느냐마는 실제 가격도 좀 더 높게 책정되어 있고, 착용감도 좋다는 주장이다. 그런 제품들은 1년에 두 번 정도 하는 시즌오프 기간에 구매하는 것이 가격적으로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다.
 
셔츠 구매의 또 다른 노하우는 나에게 맞는 브랜드와 사이즈를 정리해 두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의 체형이 다르듯이, 모든 브랜드의 팔길이와 어깨너비 등이 다르다. 셔츠를 많이 구매했다 보니 나름의 브랜드별 쇼핑 매뉴얼이 있다. A 브랜드는 slim fit L 사이즈, B 브랜드는 regular fit XL 사이즈 등으로 정리해두면 실패확률이 낮다. 셔츠는 소비재에 가깝기 때문에, 코트나 액세서리와는 달리 고가의 명품보다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여러 장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꼬깃꼬깃하고 카라나 소매에 얼룩이 묻어있는 명품 셔츠보다는, 저렴하더라도 빳빳한 셔츠를 입은 사람이 더 귀티나 보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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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동 한재동 직장인 필진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이제부터 쇼핑을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면 쇼핑을 잘할 수 있을까? 알고 보니 쇼핑에도 공부가 필요하더라. 쇼핑! 하면 비싼 명품 백을 사려고 줄을 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쇼핑이다. 그렇다면 ‘쇼핑을 잘한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곧 불혹 직장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쇼핑 경험담이다. 거창한 명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패션과 생활용품에 집중되어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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