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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도발’ D데이···미국 정찰기는 요란했고 북한은 잠잠했다

중앙일보 2019.12.25 13:16
북한이 시사한 ‘크리스마스 도발’ 시점에 맞춰 미국이 핵심 정찰기 4종류를 한반도에 공개적으로 띄웠지만 별다른 관련 동향 없이 하룻밤이 흘렀다. 결과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도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국 공군의 E-8C 조인트스타스(JSTARS), RQ-4(글로벌호크), RC-135S(코브라볼), RC-135W(리벳 조인트) 등이 25일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한반도에서 잇따라 포착됐다.  
 
리벳 조인트와 JSTARS는 각각 한반도 3만1000ft(9.4㎞) 상공에서, 글로벌호크는 5만3000ft(16.4㎞)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코브라볼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주일미군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동해 상공으로 향했다. 주일미군의 KC-135R 공중급유기 역시 코브라볼의 지원을 위해 출격했다. 특히 글로벌호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에도 수도권 상공에서 작전을 펼쳤고 코브라볼도 오후 6시쯤 앞서와 같은 경로로 다시 등장했다. 앞서 24일 오전에는 리벳 조인트가 나타나기도 했다.
E-8 조인트스타스. [사진 미 공군]

E-8 조인트스타스. [사진 미 공군]

 
이를 놓고 24~25일 상시 대북 감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언급한 미국에 대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강도 도발 의지로 보고 ICBM 등 지상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해상 동향을 샅샅이 살피겠다는 것이다.  
고고도 무인정찰기(HUAS) 글로벌호크(RQ-4) 모습. (미 공군 제공)

고고도 무인정찰기(HUAS) 글로벌호크(RQ-4) 모습. (미 공군 제공)

 
리벳 조인트의 경우 통신·신호정보(시긴트)를 전문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일종의 ‘감청 정찰기’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최대 11시간가량 비행하며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 추적하는 JSTARS는 북한의 지대지 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TEL), 야전군의 기동을 집중 감시할 수 있다. 최첨단 전자광학 장비를 갖춘 코브라볼은 주로 동해 상에서 SLBM을 감시하는 데 활용되곤 했다. 
 
글로벌호크는 지상 20㎞의 고도로 비행하면서 38~42시간 동안 공중 작전이 가능하다. 지상 3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위성 못지않은 감시 능력으로 북한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
 
미 정찰기의 4대 동시 출격은 규모뿐 아니라 위치발신기를 켜고 공개 활동 펼쳤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북 감시망을 촘촘히 하는 동시에 대북 경고 메시지도 함께 담은 셈이다. 한국 군 당국 역시 지상에선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 해상에선 이지스 구축함, 공중에선 항공통제기(피스아이)의 활동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긴박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잠잠한 분위기다. 군 소식통은 “한·미가 북한 도발 가능성을 여느 때보다 높이 보고 감시·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ICBM 발사 준비 등 눈에 띄는 동향은 현재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면서 북한이 시험 차원으로 발신했던 텔레메트리(원격측정신호)에서도 유의미한 징후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텔레메트리는 미사일에 장착된 장치가 속도와 고도 등의 데이터를 보낼 때 함께 송신되는 신호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당장 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직 군 관계자는 “ICBM의 경우 사전 준비 작업에 다양한 징후가 나타난다”며 “통상 우리 군 당국은 발사 수일 전에는 북한의 관련 동향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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