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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공수처 누가 견제하나···그들이 비리 덮으면 끝난다"

중앙일보 2019.12.25 10:00

"국회의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네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 대안 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정안을 살펴본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응이다. 그는 4+1 수정안에 대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아니라 되레 수사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비위도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가 유야무야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의원은 지난 4월 공수처 설치법안을 대표 발의(권은희안)하며 공수처 설치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왜 수정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을까.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권 의원은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공수처법 24조를 꼽았다. 이에 따르면 검찰이나 경찰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하면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통보받은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하겠다고 나서면 검·경은 즉각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

 
권 의원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의혹이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공수처가 요구하면 사건을 즉각 넘겨야 한다. 권 의원은  "정권의 위협을 제도로 틀어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정안 24조가 왜 우려되나.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영역은 겹친다. 고위공직자의 범죄가 바로 튀어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무원 수사를 예로 들면, 실무선 비위로 출발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공수처 수사영역이 아닌 곳에서 수사가 개시되고 진행되는데 도중에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가면 수사력을 담보할 수 있을까. 수사 도중 뺏긴 기관은 의욕을 잃고, 책임감도 옅어진다. 결국은 양측의 수사 역량을 다 훼손시킨다."
 
검·경이 들여다본 사건을 공수처가 검증하는 거 아닌가.
"지금 검찰 수사를 보라. 감찰 무마, 선거개입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고 있다. 문 대통령 최측근 이름도 오르내린다. 그런데 이런 사건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새로 생기는 공수처 아닌가. 속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를 철저하게 수사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사를 무력화시키는 거다. 정권의 위협을 제도로 방어하겠다는 법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권 의원은 '4+1' 수정안에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당초 '권은희안'에서 공수처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또 기소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공수처의 기소권 오남용을 견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수정안은 이를 다 뺐다. 그는 "정치적 거래로 수사의 본령을 침해했다"고 했다. 
 
권 의원은 또 "경찰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검찰이, 검찰의 부족함은 공수처가 견제하는데 공수처 수사엔 아무도 관여할 수 없다"며 "정권 의도에 따라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수처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수사기관으로는 안 된다. 결국은 국회가 특검법 등으로 견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특검 역시 이슈화가 돼야 시동이 걸린다. 문제는 초반부터 공수처가 덮을 때다. 마땅히 수사할 만한 사안을 공수처가 무혐의로 종결하면 비리는 그대로 증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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