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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14대 역할 혼자해요" 새해초 한국 오는 '미니 빈필'

중앙일보 2019.12.25 10:00
2009년부터 빈필하모닉의 제2바이올린 단원으로 연주하고 있는 쉬켈첸 돌리. [사진 SBU]

2009년부터 빈필하모닉의 제2바이올린 단원으로 연주하고 있는 쉬켈첸 돌리. [사진 SBU]

세계 90개국 5000만 명. 오스트리아 빈의 신년 음악회의 시청자 숫자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는 매해 1월 1일 오전 11시 15분(현지시간) 시작돼 전세계로 방송된다. 유럽 뿐 아니라 북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이 공연을 라이브 혹은 녹화로 지켜보는 일이 흔해졌다.  
중계ㆍ녹화는 1월 1일 공연만 되지만 그 전에 12월 30일(프리뷰 콘서트)ㆍ31일(이브 콘서트) 열리는 같은 프로그램의 공연이 있다. 세 공연의 티켓을 구하려는 전세계 청중 경쟁도 치열하다. 티켓을 사려면 2월 내에 ‘신청서’를 작성해 빈필에 보내야 한다. 그 후 ‘선택’이 되면 최고 1200유로(약 154만원)인 티켓을 살 자격을 얻는다.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의 리더 쉬켈첸 돌리 e메일 인터뷰

 
빈필 멤버 중 13명은 빈에서 공연을 끝낸 후 서울을 찾는다. 다음 달 3ㆍ4일 서울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 신년음악회’ 무대다. 빈필의 현악 연주자 5명, 목관 4명, 금관 3명, 타악기 1명이 빈에서 연주했던 신년 음악회 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2013년 이 앙상블을 만들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쉬켈첸 돌리(48)는 본지와 e메일 인터뷰에서 “그 유명한 빈필 신년음악회를 압축해 들려주겠다”고 했다.
 
2009년부터 빈필의 제2바이올린 단원으로 연주하고 있는 돌리는 “1월 1일 빈은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빈필이 매년 연주하는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없다면 그런 분위기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음악을 가져가는 곳 어디나 빈과 같은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빈필 멤버는 연주 인원의 두배이기 때문에 한 단원은 매 2년마다 신년 음악회에 서게 된다”며 “신년 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 무직페어라인에 서면 기쁘면서 동시에 커다란 책임감이 느껴진다. 전세계에서 우릴 지켜보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돌리가 언급한 요한 슈트라우스 1ㆍ2세는 오스트리아 빈 특유의 음악을 정립한 부자(父子) 작곡가다. 빈필은 1939년 빈의 시민들이 사랑해온 슈트라우스의 왈츠ㆍ폴카ㆍ행진곡 같은 대중적 음악을 무대에 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전쟁의 시대에도 빈의 ‘춤추는 정신’을 지탱해온 것이 지금 전세계가 사랑하게 된 빈필 신년음악회의 역사다.
다음 달 내한해 빈필 신년음악회 음악을 들려주는 빈필 멤버 앙상블. [사진 SBU]

다음 달 내한해 빈필 신년음악회 음악을 들려주는 빈필 멤버 앙상블. [사진 SBU]

 
돌리는 “물론 전체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와 13명의 앙상블이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좀 더 친밀하고 개성 넘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내 경우에는 오케스트라 제1바이올린 연주자 14명의 연주를 혼자 구현해야 한다.”
 
내년 1월 1일 빈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의 지휘자는 안드리스 넬슨스. 현재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 감독이다. 1980년대부터 카라얀, 번스타인, 마젤, 메타 등이 빈필 신년 음악회를 거쳐간 이래 이 지휘대는 가장 막강한 지휘자가 서는 곳이 됐다.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빈필 앙상블의 내한 공연 연주곡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으로 시작해 ‘봄의 소리’ 왈츠, 무궁동, 트리치-트라치 폴카 등 16곡 이상의 연주를 계획하고 있다.
 
빈필 신년 음악회의 인기는 도시의 분위기에만 빚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빈필은 다른 도시의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독특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 기준음을 높게 잡아 들뜬 듯한 사운드를 내는 현악기, 종류가 다른 관악기 등이 이 음색의 원인으로 짐작되곤 했다. 이처럼 신년에 어울리는 음색의 비결에 대해 돌리는 “어떤 것들은 비밀로 남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특징이 특징으로 남기 때문”이라는 답을 보냈다.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의 2020 신년음악회 공연은 내년 1월 3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월 4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5만5000~17만원. 02-782-7015. dumir782@daum.net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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