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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수사권 뺏긴 검사들 “몇 년 안에 폐기될 법안” 부글부글

중앙일보 2019.12.25 05:00
 “이거는 몇 년 안에 폐기될 법안입니다. 사법 체계가 이렇게 유지될 수가 없어요.”

 
23일 여야가 합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 단일안을 두고 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검사가 한 말이다. 검사들은 “앞으로 수사 단계에서 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들끓는 분위기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형사법 집행 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국민의 민생과 직결되는 법률이므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 입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 존재 가치 사라져” 반발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여야가 검찰 측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넓히고 경찰 수사에 좀 더 개입할 여지를 줬다. 검찰은 부패범죄ㆍ경제범죄ㆍ선거범죄ㆍ방산비리 범죄 및 경찰공무원 범죄 등에 한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수정안은 여기에 대형 참사 사건 등을 추가했다. 오히려 ‘원안 사수’에 실패한 건 경찰이다. 그럼에도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사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은 ‘수사 지휘 폐지’다.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사건 피의자가 무혐의라고 판단되면 경찰 선에서 수사를 종결지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지난해 6월 나온 정부안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 형사부 검사는 “검찰의 존재 가치를 없애는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경찰이 던진 사건을 중간에서 검사가 재판에 넘기는 역할만 할 거면 뭐하러 있나. 그럴 거면 다이렉트로 법원에 던져서 법원이 판단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소권자가 수사를 지휘하고 종결하는 건 세트처럼 같이 가는 거다. 이건 지켜주고 검찰이 직접 수사를 못 하게 막는 걸 논의하는 게 맞는 순서인데 완전히 논의 방향이 틀렸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사건 덮을 우려는 줄어

다만 수정안에서는 경찰이 사건을 덮을 위험을 차단할 장치를 보완했다. 기존 안은 경찰이 특정 사건을 무혐의로 판단해 수사를 종결할 경우, 검찰이 사건 기록과 증거물을 60일 동안 살펴볼 수 있었다. 수정안은 이를 90일로 확대했다. 경찰의 무혐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표현은 ‘재수사한다’로 바뀌었다.

 
지방의 한 부부장 검사는 “경찰이 재수사 요청을 ‘무한 거절’하지 못하게 한 건 눈에 띄는 부분”이라면서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보완할 방안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찰 수사가 너무 부실해 이대로 기소하면 재판에서 도저히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사건이 종종 온다”며 “조정안은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려면 얼마나 치밀하게 증거를 준비하고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야 하는지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힘빠진 ‘검찰 조서’

대검찰청. [뉴스1]

대검찰청. [뉴스1]

 수정안에선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규정도 그대로 유지됐다. 피의자가 검찰 조사 때 인정한 내용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로 쓰지 못할 수 있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진술로 구속기소 했나. 요즘 검사들은 물증으로 기소해서 크게 영향받지 않을 수 있다”며 “오히려 사건 관계자들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사는 쟁점 정리 안 되고, 경찰은 조서 확인하느라 계속 일도 못 하고 법정에 들락날락해야 하고, 재판은 늘어질 대로 늘어지게 된다”며 “변호사만 돈 많이 벌게 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사건은 검찰이 수사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했다는 비판도 있다. ‘부패 범죄’ ‘경제 범죄’라는 식으로만 표현하고 세부적인 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여지를 뒀다. 정권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차장급 검사는 “당장 ‘경제 범죄’만 보더라도 그 카테고리에 간단한 재물손괴부터 업무방해, 사기, 배임죄 등이 전부 포함될 수 있다”며 “검찰이 주요 수사는 전부 손댈 수도 있다는 거라 지금과 달라질 것도 없고, 나머지도 대통령령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수사 범위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경찰 내부에서는 독립적인 수사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경정급 경찰관은 “이미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마음대로 반려하면서 수사를 통제해 일선 경찰들의 고충이 많다”며 “조금이라도 양 기관이 수평적 관계에서 협조하고 견제할 수 있게 된 건 기쁘다”고 전했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수사권 조정안은 이르면 12월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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