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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늘렸다"는 대한항공 새 마일리지…이코노미 불리해졌다

중앙일보 2019.12.25 05:00

[뉴스분석]대한항공 새 마일리지 제도 뜯어보니

 
 
정부 주도로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대한항공은 “혜택을 강화했다”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대한항공 장기 고객은 혜택이 줄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는 지금까지 복합결제를 허용하지 않았다. 항공권은 현금·카드로만 구매하거나(일반 좌석), 아니면 100% 마일리지로만 구입할 수 있었다(마일리지 좌석).  
 
운항 중인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 대한항공]

운항 중인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 대한항공]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방식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마일리지 복합결제를 추진했다. 복합 결제는 항공 운임의 일부(최대 20%)를 마일리지로 결제하고 차액은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세금·유류할증료 제외).  
 
대한항공이 지난 13일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스카이패스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프로그램의 명칭이다. 개편안에 따라 대한항공은 오는 2020년 11월 마일리지 복합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고, 2021년 4월부터는 마일리지 적립·사용 기준을 바꾼다. 마일리지 적립에 따른 우수회원 제도는 2022년부터 적용한다. 대한항공은 “쉽고 편리하게 마일리지를 사용하고 혜택을 더욱 폭넓게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제도를 개편했다”고 당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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➀일반석 마일리지 적립률 확 줄어

 
개편 전후 마일리지 적립률. 일반석 적립률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대한항공 캡쳐]

개편 전후 마일리지 적립률. 일반석 적립률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대한항공 캡쳐]

 
마일리지 복합결제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라고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이와 함께 개편된 제도가 대부분 소비자에게 불리해서다.
 
일단 일반석에 탑승할 경우 쌓아주는 마일리지가 확 줄었다. 대한항공은 2021년 4월부터 일반석 탑승객의 마일리지 적립률을 하향 조정한다(70~100%→25~100%·표 참조).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100% 쌓아주던 일반석 좌석 등급 종류도 9개에서 6개로 축소했다. 70~80% 쌓아주던 4종류 등급의 일반석 좌석도 적립률을 25~50%로 하향조정했다. 이코노미 항공권 중 할인이 많이 된 항공권을 사면 적립되는 마일리지가 확 줄어든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기본 할인율이 매우 높은 일부 판촉용 예약등급에의 마일리지 적립률을 하향 조정했다”며 “대신 일등석(165~200%→250~300%)과 프레스티지석(100~135%→100~200%) 승객에게 마일리지를 더 많이 쌓아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반석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다수의 소비자에겐 이번 제도 개편이 손해다.
 

➁소진 마일리지 최대 2배 가까이 늘어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동일한 구간을 여행할 때 대체로 과거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소비해야 한다. [대한항공 캡쳐]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동일한 구간을 여행할 때 대체로 과거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소비해야 한다. [대한항공 캡쳐]

 
이뿐만이 아니다. 마일리지를 이용해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더 많은 마일리지를 써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항공은 하차한 공항이 위치한 ‘지역·대륙’을 기준으로 마일리지를 공제했다. 예컨대 북미·대양주·유럽·중동·아프리카 대륙의 경우 어느 공항을 거쳐 가든 일괄적으로 3만5000마일리지를 차감하는 방식이다(일반석·비수기·편도 기준). 또 무료로 1회의 경유(stop-over·24시간 이상 단기체류)를 허용했다.
 
개편 전·후 주요노선 이용 시 차감 마일리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개편 전·후 주요노선 이용 시 차감 마일리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앞으로는 운항구간의 ‘거리’를 기준으로 마일리지를 공제하고 경유하려면 항공권을 따로 따로 끊어야 한다. 예컨대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 수완나품국제공항을 거쳐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으로 이동하는 여정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인천에서 태국까지 운항거리(2000~3000마일)에서 2만2500마일리지가 필요하고, 다시 태국에서 뉴욕까지 운항거리(6500~1만마일)를 기준으로 4만5000마일리지가 필요하다. 결국 개편 이전(3만5000마일리지)과 비교하면, 동일한 구간을 여행할 때 거의 2배에 가까운 마일리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6만7500마일리지).
 
여정이 왕복(200%)이거나, 일등석(300%)·프레스티지석(200%)을 이용할 경우, 그리고 성수기(50% 할증)에 대한항공에 탑승할 경우 소비해야 하는 마일리지는 훨씬 더 많아진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글로벌스탠다드에 따라 마일리지 적립·공제 기준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➂우수회원 되기도 어렵고 매년 재평가

 
소비자 불만이 가장 큰 부분은 우수회원 제도 변경이다. 우수회원에게 대한항공은 ▶우선예약▶수하물 추가▶라운지 제공▶핫라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지금은 대한항공이나 대한항공이 가입한 항공동맹(스카이팀·SKYTEAM) 소속 20개 항공사의 항공기를 꾸준히 이용하다보면 기준에 따라 우수회원(모닝캄·모닝캄프리미엄·밀리언마일러)으로 올라선다. 5만 마일(모닝캄)·50만 마일(모닝캄 프리미엄)·100만 마일(밀리언마일러)을 채우는 순간 평생 우수회원 자격을 얻는다.
 
균열이 발생한 보잉737NG 항공기가 격납고에서 동체를 수리하고 있다. [중앙포토]

균열이 발생한 보잉737NG 항공기가 격납고에서 동체를 수리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앞으로는 매년 우수회원 자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직전 년도에 항공기를 자주 이용한 경우에만 향후 12개월 동안 우수회원으로 인정한다. 기준은 실버(1만 마일)·골드(4만 마일)·플래티넘(7만 마일)·다이아몬드(10만 마일)이다. 여기에 탑승횟수 제한도 있다. 실버(10회)·골드(40회)·플래티넘(70회) 등이다.  
 
이때 국내선처럼 속칭 ‘돈 안 되는’ 구간에 탑승하면 비행기를 0.5번 탄 걸로 계산한다. 대한항공과 공동운항(code share·코드쉐어)하는 항공기에 탑승해도 대한항공 편명으로 발권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다. 또 마일리지 적립이 불가능한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한 경우엔 아예 회원등급 계산에서 제외한다.  
 
결국 일년에 수십번씩 해외출장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고선 우수 회원이 되기도 어렵고, 우수 회원이 된다 해도 일년이 지나면 다시 회원 자격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주요 여행·항공 커뮤니티에서 대한항공 장기 고객들이 “지금까지 쌓은 마일리지를 다 써버린 뒤 다른 항공사로 갈아타겠다”고 릴레이로 분통을 터뜨리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수집한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 보다 나은 혜택과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후쿠오카·상하이 노선 등 일부 노선에서는 개편 이후 오히려 소진하는 마일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항의하는 고객에게 대한항공이 회신한 이메일. [네이버 캡쳐]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항의하는 고객에게 대한항공이 회신한 이메일. [네이버 캡쳐]

 

“정부 규제가 황금 거위 배 찢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 이후 소비자 반응. [네이버 캡쳐]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 이후 소비자 반응. [네이버 캡쳐]

 
여행 커뮤니티 등에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도 개편을 핑계로 대한항공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제도를 도입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제도 개편의 빌미를 준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 시선도 따갑다. 만 4년 동안 삼성카드가 발급한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카드(삼성앤마일리지)만 이용하면서 마일리지를 모아 왔다는 한 대한항공 고객은 “글로벌 항공사와 비교해 대한항공이 장기 이용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좀 나은 수준이었는데, 괜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복합결제 도입을 요구하는 바람에 온갖 혜택이 죄다 사라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한항공 제도 개편의 원인을 공정거래위원회라고 주장하는 글을 67000여명이 조회했다. [네이버 캡쳐]

대한항공 제도 개편의 원인을 공정거래위원회라고 주장하는 글을 67000여명이 조회했다. [네이버 캡쳐]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사장)는 지난달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부가 마일리지 정책이나 운임제도 정책에서 항공사와 소비자 간 균형을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제와 절차가 (경영을) 쉽지 않게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라는 칼을 들이대면 당장 소비자는 혜택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최종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며 “대한항공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정부 규제가 결과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찢어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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