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텔 순례했는데 성매매로 낙인?…중국 감시사회의 민낯

중앙일보 2019.12.25 05:00
중국 당국과 공안경찰이 안면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무단 수집하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사진은 중국 오성홍기 뒤의 폐쇄회로(CC)TV. [AP=연합뉴스]

중국 당국과 공안경찰이 안면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무단 수집하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사진은 중국 오성홍기 뒤의 폐쇄회로(CC)TV. [AP=연합뉴스]

 
중국 남부의 유명 관광도시로 한국인도 많이 찾는 샤먼에선 주의할 점이 있다고 한다. A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B호텔에서 맥주를 마신 뒤 C호텔에 투숙한다면 성매매자로 중국 당국이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뉴욕타임스(NYT) 보도다. 샤먼엔 1200개가 넘는 호텔이 있는데, 하루에 여러 곳의 호텔을 방문한다는 통신 기록이 파악되면 성매매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관련 기술자인 린 지아홍은 NYT에 "하루에 여러 곳의 호텔을 드나드는 이들 중 특히 여성을 선별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술은 중국 지방 정부 또는 공안 경찰이 활용한다고 한다. NYT가 린 지아홍을 통해 무작위로 중국인 이름을 해당 알고리즘으로 검색하자 3~4명의 호텔 체크인 및 체크아웃 시간과 이동 경로가 바로 파악됐다.  
 
샤먼뿐 아니다. NYT는 샹하이ㆍ정저우ㆍ셴젠 등 중국의 다수 지방 도시 르포를 통해 중국 당국의 정보 통제 실태를 취재했다. 이는 21~22일 주말판 톱뉴스로 ‘통제 사회를 향한 중국의 청사진’ 기획 기사로 실렸는데, 이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출입증 자체가 최첨단 위치 인식기인 곳부터, 지하철역 개찰구마다 안면 인식을 위해 공안이 카메라를 설치한 곳도 있다.  
 
중국 공안경찰 뒤로 CCTV가 여럿 보인다. 최근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경범죄부터 중범죄까지 단속을 강화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AP=연합뉴스]

중국 공안경찰 뒤로 CCTV가 여럿 보인다. 최근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경범죄부터 중범죄까지 단속을 강화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AP=연합뉴스]

 
스마트폰의 ‘위치’ 기능을 가동하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구글과 같은 IT 기업에 개인 정보를 내준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지방정부와 공안이 직접 나서서 이 같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주민 통제 및 검거에 활용하는 게 문제라는 게 NYT 기사의 요지다. 개인 정보를 인식하고 수집하는 국제모바일가입자구별자(IMSI) 기기를 중국 공안이 앞서서 설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활동은 공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집권 후부터 본격화했다고 NYT는 강조했다. NYT가 입수한 정저우시 공안 당국의 한 브로셔엔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엔 그들의 그림자가 남고, 스마트폰이 지나간 곳엔 번호가 남는다”는 말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소수민족 거주 지역의 실태는 더 심각하다는 게 NYT의 진단이다. 무슬림 거주지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대표적이다. 신장 자치구의 수도 격인 우루무치엔 중국 공안이 설치한 안면 인식 장치가 1만8464기에 달한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중 카슈가르라는 지역에선 1㎢안에 37개의 인식기가 발견됐다고 한다. NYT가 직접 집계한 결과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한 초등학교 앞에선 모자 뒤로 흰색 CCTV가 보인다. [AP=연합뉴스]

신장 위구르 지역의 한 초등학교 앞에선 모자 뒤로 흰색 CCTV가 보인다. [AP=연합뉴스]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당국과 공안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반감은 높아지고 있다. 셴젠에 거주하는 애그니스 우양은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공안에 의해 억울하게 무단횡단 벌금을 낸 뒤 중국의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WeChat)에 항의 글을 올렸다. 하룻밤 사이 수만건의 조회수를 올렸지만, 다음날 해당 글은 그의 동의 없이 삭제됐다. 그는 NYT에 “우리의 개인정보는 중국 당국에 먼지 정도의 가치밖엔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일부 지역에선 조직화된 저항 움직임도 나타난다. 샹하이의 일부 주거지역에선 안면 인식 카메라를 단지 내에 부착하는 것에 반대하는 뜻으로 주민들이 지난달 문을 활짝 열어놓기도 했다. 중국 당국에게 카메라로 보지 말고 아예 안을 들여다보라는 항의의 뜻을 표한 집단행동이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중국 당국과 공안을 멈추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보르헤 바켄 호주국립대 중국 전문 교수는 NYT에 “시진핑 주석 휘하에서 중국은 경찰국가로 바뀌고 있다”며 우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