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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당·이정현당···"보수 쪼개지는데 황교안은 고개만 끄덕"

중앙일보 2019.12.25 05:00
23일 밤 9시 40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전격 상정되자 본회의장 밖에 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질끈 눈을 감았다. ‘4+1’(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 신당)로 대표되는 범여권의 위력을 실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반대로 보수 세력의 통합 작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사분오열로 쪼개져 각자 살길을 찾아 나서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선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설이 있는데 지금 이게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ㆍ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ㆍ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로텐더홀 찬 바닥에 홀로 앉아 있는 황 대표에게 보수진영의 분열 이유를 물었더니 난감한 듯 즉답을 피했다. 
 
“제게 시간을 조금 더 주시겠어요. 우리 길을 가면 돼요. 우린 이깁니다. 왜? 이겨야 하니까요.”(※황 대표는 몇 시간 뒤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 시간 황 대표가 보수통합 제안을 한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의원들을 찾았다.
원내대표실에 모여 TV로 국회 상황을 시청 중이었다. 오신환ㆍ유의동ㆍ하태경ㆍ권은희 의원 등이 함께 있었다.
 
이들 중 한국당과 협상에 관여하는 모 의원에게 통합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한숨부터 쉬었다. “황교안 대표가 우리를 좋아하는 것처럼 먼저 프러포즈를 하기에 우리는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몇 가지 약속을 해줘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근데 황 대표는 계속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다. 그게 다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김경록 기자 / 2019121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김경록 기자 / 20191213

 
황 대표는 지난달 7일 “통합이 정의”(당 최고위원회의)라며 보수 대통합을 제안했다. 이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탄핵 찬반 불문 ▶보수 가치 재정립 ▶제3지대 통합 정당 수립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라는 게 ‘유승민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24일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회 비전 회의에 나와 “창당은 흔들림 없이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억지로 몸집만 키우는 식의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유승민계가 신당을 만든 뒤 총선 전 한국당과 통합이나 연대를 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니 더 지켜봐 달라”고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전회의에서 신당명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전회의에서 신당명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 보수진영의 또 다른 축인 대한애국당도 당장 보수 통합 대열에 합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원진 당 대표 측 인사는 “우리는 탄핵 오적(김무성ㆍ유승민ㆍ홍준표ㆍ권성동ㆍ김성태)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대원칙이 있다”며 “무턱대고 보수통합 열차에 승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외 바른미래당 출신의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이라는 신당을 준비 중이다. 23일에는 1차 영입 인사와 당기ㆍ당 로고 등을 공개했다. 새누리당 대표를 했던 대표 '친박'인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와 40대 이하 청년층이 중심이 된 신당을 이르면 내년 2월 중순 발족한다는 계획이다. 보수의 각개 세력화다.
 
국회 밖도 비슷하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새한국의 비전’을 비롯, 박형준ㆍ이인제 전 의원이 속한 ‘자유와 공화’도 활동 중이다. 23일엔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면통합연대’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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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뿔뿔이 흩어지는 보수진영의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보수 쪽에 구심점이 될 만한 리더가 없다 보니 저마다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곧 통과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보수 분열을 재촉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34개로 지난 총선 5개월 전(2015년 11월) 19개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된다. 선관위에 등록된 창당 준비 단체도 16곳이나 된다. 자유의새벽당, 국민새정당 등 보수 성향 정당이 많다.
   
현일훈·박해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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