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AI 굴기? 웃기지 마라, 미국 손바닥에서 못 벗어난다”

중앙일보 2019.12.25 01:22

10년.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이 공언한 ‘세계 최고 인공지능(AI) 국가 달성’까지 남은 기간이다. 2017년 7월 중국 국무원은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AI 국가가 되는 게 골자다. 중국의 바둑 영웅 커제가 구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대0으로 완패한 지 두 달 만에 나온 비전이다.
 

급성장 중국 AI…여전히 美 의존
AI 개발 오픈소스 도구는 미국산
中개발자도 자국 오픈소스 안 써
미국의 오픈소스 제재 우려해야

2년 만에 중국의 AI 실력은 급성장했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의 대표 IT기업이 각각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건강관리 분야를 맡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내 AI 기업 수는 1011개다. 2028개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가 지난 2월 발표한 ‘글로벌 AI 스타트업 상위 100’ 에 따르면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 11곳 중 5곳이 중국 기업이다. 이런 추세라면 AI 분야에서 10년 안에 미국을 제친다는 중국의 목표가 꿈이 아닐 수 있다.
 

과연 그럴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AI 개발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AI 기술을 미국제 개발 도구로 만들었다고 고백했다.[SCMP 홈페이지 캡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AI 개발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AI 기술을 미국제 개발 도구로 만들었다고 고백했다.[SCMP 홈페이지 캡처]

 
아직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측 주장이 아니다. 중국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AI 개발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들이 개발한 AI 기술은 미국 프로그램에 의해 이뤄졌다고 고백했다.
 
무슨 말일까. 한 마디로 AI 개발 도구가 ‘미국제’란 뜻이다. AI의 핵심은 ‘딥러닝’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스스로 분석하는 걸 말한다. 이 딥러닝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AI 기술의 핵심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의 거대 IT 업체들이 딥러닝 모델 개발 도구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구글의 텐서플로우와 페이스북의 파이토치가 대표적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들을 이용하면 코드 몇 줄 만으로 딥러닝 모델을 직접 만들 수 있다. 많은 AI 개발자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고, 이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SCMP는 “중국에 많은 AI 기업이 생겨나고 이들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텐서플로우와 파이토치 같은 미국 개발 도구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은 중국 AI 기술의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자체 개발 도구를 만들고 있다. 센스타임(SenseTime)과 같은 중국의 유명 AI 스타트업은 독자 개발 도구로 AI 기술을 만들고 있다. 화웨이도 미국에 대항할 오픈소스 도구인 마인드스포어를 내년 상반기 중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바이두는 이미 2016년 자체 AI 오픈소스 도구 ‘패들패들’을 개발했다. 텐서플로우가 공개된 지 1년 뒤의 일이다. 그러나 패들패들은 아직 전 세계 AI 프로그래머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오픈소스가 신규 경쟁자로썬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픈소스의 핵심은 개방과 자율성이다. AI 관련 기술자들이 직접 참여해 오류를 고치고, 보다 나은 기술에 대해 토론해 계속 업그레이드 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로 인해 한 번 개발 도구를 선택하면 다른 제품을 쓰기가 어렵다. 중국 AI 엔지니어 궝카이밍은 SCMP에 “오픈소스는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라며 “이미 많은 개발자들이 많이 사용해 호환성이 좋은 텐서플로우와 파이토치로 AI 기술을 개발하는 게 상업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국엔 아픈 부분이다. 헬렌 토너 조지타운대 보안 신기술 센터 국장은 “미국이 오픈소스 도구를 장악하고 있는 한 AI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 되겠다는 중국의 꿈은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당장 중국은 미국의 역공을 우려해야 할 처지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미·중 무역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혹시라도 미국이 경제제재를 통해 자국의 오픈소스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최근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자사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바이두에서 패들패들 개발을 담당했던 AI 과학자 캘빈 왕은 SCMP에 “만일 미국이 자국의 오픈소스 제품에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이는 중국 AI 산업에 큰 타격이며, 기술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