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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문재인 개혁의 본질과 방향

중앙일보 2019.12.25 00:35 종합 27면 지면보기
박명림 연세대교수·김대중도서관장

박명림 연세대교수·김대중도서관장

오늘의 우리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나? 우리는 지금 자유와 평등, 안정과 복지, 안전과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혼란과 불평등, 증오와 복수, 불안과 위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두 쪽 난 이 나라는 해답도 둘이어서, 누구에겐 전자고 누구에겐 후자다.
 

개혁의 본질은 분산·균형·자율
청와대·재벌·서울·북핵·부자 등
문재인개혁은 외려 기득권 강화
중심문제 정면승부가 개혁 요체

나라의 명운을 가르는 궁극은 결국 지도자와 정부가 전체의 관점과 개인의 관점을 함께 가졌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전체의 관점은 위로부터 나라와 국민의 상황을 한눈에 꿰뚫어보고 헤쳐 나갈 수 있는 혜안과 국량을 가리킨다. 개인의 관점은 아래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요구를 살필 수 있는 민감성과 반응력을 말한다. 전자는 정치적 이성 또는 분별지, 후자는 정치적 감성 또는 개별지라고 불린다. 물론 전자는 책임과 공화, 후자는 신념과 민주의 가치로 불리기도 한다.
 
둘은 반드시 만나야하나 인간들은 보통 후자에 더 민감하다. 그리하여 감정이나 특정사태를 계기로 지도자를 선택할 때, 나라는 이성보다는 감성, 전체보다는 부분, 공화보다는 민주, 타협보다는 신념, 핵심보다는 지엽말단에 빠져 헤맨다. 물론 반대가 정답이다. 근대 최고의 철학자는 “즉시 전체를 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래야 이성이 안내하는 구체가 보이기 때문이다.
 
권력주체와 추구가치에 비추어 이 시대를 문재인 정부 또는 86세대 정부라고 할 때 전체와 부분을 대하는 방식이 빚어내는 사회모습은 이제 중립적 객관적 점검을 받아야할 때다. 많은 부분적 개혁시도에도 불구하고 나라 전체에서 중심문제와 주변문제, 강자와 약자,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의 균형은 더욱 악화하면서, 전자는 해결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 안전과 평화문제다. 비핵평화는 진전이 없으나 남북관계 개선노력은 집중적이었다. 거기에는 식량·철도·관광·원조의 연결과 지원 제안도 포함된다. 물론 핵무장 주체는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우리정부의 관계개선 및 지원 시도를 계속 거부하며, 대화상대로 인정조차하지 않는다.
 
둘째 경제문제다. 한국경제를 과대 대표하는 극소수 강자인 상층재벌과 조직노동에 대한 개혁의 진전은 없다. 강자의 승리다. 그러니 민생경제 영역인 중소기업과 재벌의 격차, 자영업자 폐업비율,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은산분리 및 방송-통신 융합의 경우 경제력 집중 해소 및 형평과 공공성의 원칙은 완전 거꾸로다. 기업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타협으로 이끌 수 있는, 경제구조·임금체계·생산성·조직노동의 복합적 개혁의 계기인 주 52시간 노동도 구조개혁에 관한한 실기하고 있다.
 
셋째 균형발전이다. 신도시 서울집중, 서울 아파트값 폭등, 줄 세우기 교육을 포함해 서울·수도권과 지방, 강남과 비강남의 경제력 집중과 기회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방소멸은 너무 가파르다. 역시 강자의 승리다. 넷째 자산과 부동산 형평은 완전 반대다. 집값과 땅값 폭등으로 부자와 빈자의 자산과 부의 격차는 정부보조와 복지지원을 통한 소득분배효과를 압도한다. 소득격차 완화가 따라갈 수 없는 자산격차의 확대다. 전자는 필수나, 결국 강자의 승리다.
 
다섯째 정부 구성이다. 불비례성이 훨씬 더 큰 대통령 선거득표비율과 권력독점의 불균형은 전혀 개혁하지 않은 채, 불비례성도 권력독점도 훨씬 더 낮은 의회 선거개혁에는 몰입한다. 강한 부분의 강화다. 여섯째 권력기관이다.  권력집중의 정점인 청와대의 개혁과 분산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하부기관(검찰)의 개혁과 분산은 밀어붙인다. 그럴 경우 청와대는 더욱 강화되고 민주공화의 근본원리인 견제와 균형 및 법치는 악화될 것이다. 역시 강자의 강화다.
 
개혁은 형태 자체를 고친다는 뜻이다. 부품 하나를 가는 것이 아니다. 상층 재벌체제와 노동체제를 혁파하지 않고 어떻게 한국경제의 고른 성장이 가능한가? 부동산폭등을 방치하고도 공정과 형평이 가능한가? 권력구조의 불비례성은 그대로 둔 세계 초유의 기형적 의회선거제가 갈등완화에 기여할 것인가? 비핵화 없이 남북 평화공존이 가능한가? 청와대와 대통령의 권력독임을 타파하지 않고 하부기관 개혁만으로 어떻게 민주적 권력분산과 견제가 가능한가?
 
주지하듯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타락한다.” 이 말은 그동안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잘못 해석되어왔다. 틀린 이해다. 원뜻은 부패가 아니라 타락이다. ‘타락’은 본시 선에서 악으로 변질된다는 뜻이다. 즉 선을 추구하기 위해 권력을 독임·독점하면 정치의 본질상 반드시 악으로 타락한다. 맞다. 지극한 선을 추구하였던 절대 권력들은 모두 악으로 타락하였다.
 
개혁은 분산과 자율을 말한다. 즉 독점·독식·독임의 타파가 개혁이다. 정치·경제·교육·사회·균형발전·안보·평화 영역에서 중심문제와 정면 승부하라. 정점의 핵심문제를 혁파하고 분산하라. 변죽만 치지마라. 민주공화국은 한마디로 견제와 균형의 나라를 말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타락한다. ‘즉시 전체를 보라.’ 문재인 개혁의 제일 과제다.
 
박명림 연세대교수·김대중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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