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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첨단 보이스피싱 막을 대응 기술 개발 서두르자

중앙일보 2019.12.25 00:29 종합 25면 지면보기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불특정 다수를 노리고 있다. 3분기까지 5만4804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동기(4만9213건)보다 11% 늘었다. 10월 말까지 5044억원의 피해가 발생해 이미 지난해 피해 규모(4440억원)를 넘어섰다.
 

아차하다 한 순간에 범죄자 신세
단속 강화하고 예방 활동 펼쳐야

최근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막론하고 부지불식간에 보이스피싱 범죄의 가해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 대책이 시급하다.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대학생이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구하다가 ‘고수익 알바’라는 말에 속아 넘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범죄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현금 편취책이나 전달책 등으로 일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해외 거점 조직에 포섭돼 외국에서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기도 한다.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도 보이스피싱 조직에 이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무료 한국 여행과 돈벌이를 내세운 범죄 조직의 꾐에 빠진 중국 동포(조선족)나 대만인들이 범죄 자금 인출책으로 일하는 사례도 있다. 범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돈이 궁하며 중국어가 가능한 동남아인들이 범죄 조직의 하수인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들은 구직활동 중에 도박자금 수령 업무, 회사 채무 전달 업무 등을 맡는데 합법적인 일이라고 오판해 결과적으로 범죄 조직에 가담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전화번호 변작(變作·조작) 중계기가 설치된 방에서 정해진 시각에 전원을 껐다 켜기를 반복하는 일을 맡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위챗 등 SNS를 통해 범죄 조직과 연락했기 때문에 윗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부지불식간에 범죄에 연루돼 체포된 뒤 한국에서 수감됐다가 강제 추방되고 있다. 중국인 400여명, 말레이시아인 200여명이 수감 중이다.
 
사례를 보자. 조선족 A씨는 중국 옌볜 자치주에서 사업하다 부도나자 대출을 알아봤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불법 도박에서 딴 돈을 일당 20만원을 받고 배달해주는 일을 했다. 한국 대학에 유학 온 중국인 학생 B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많이 찾는 중국어 사이트를 통해 현금 전달책 알바로 일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검거된 뒤에야 자신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말레이시아의 젊은 연인 한 쌍은 학비 마련을 위해 인터넷으로 알바를 찾던 중 위챗을 통해 영어·중국어가 가능하면 투자금을 회수해 송금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 이들은 한국에 입국해 일하다가 체포됐다.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가 ‘전화 가로채기’ 앱 활용 수법 등 첨단화·지능화하고 있다. 전화 가로채기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상담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금융 기관 등을 연결할 경우 가로채는 수법이다. 이런 범죄를 막으려면 대응 기술 개발과 범죄조직 색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 피해 예방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민과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는 예방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올해 들어 국정원과 금융감독원 및 은행연합회는 국내외 구직 사이트가 범죄 조직원 모집 창구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죄 예방 및 홍보 노력을 하고 있다. 예컨대 이들 기관은 국내외 5개 구직 사이트에 보이스피싱 조직이 구인광고로 포장해 조직원을 포섭하려 한 사례를 담은 배너 광고를 실었다.
 
지난 9월 기준 체류 외국인은 245만명을 넘어섰다.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들이 자기도 모르게 범죄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것이 진정한 다문화 포용 정책 아니겠나.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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