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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홍콩사태, 무역전쟁, 성장둔화…반근착절 고착되나

중앙일보 2019.12.25 00:22 종합 21면 지면보기

2019년 중국의 키워드는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뿌리가 구불구불 비틀어져 있고 마디가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는 형세를 반근착절(盤根錯節)이라 한다. 2019년의 중국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중국은 대외적 숨고르기와 함께 사회주의적 일관성 유지를 위한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으나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중국 공산당의 위기관리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의 해를 맞아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중국의 한해는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 및 국제외교 무대에서의 경쟁과 충돌은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굴기의 상징이었던 ‘중국식 경제발전’은 국내경제의 고질적 병폐와 구조 개혁의 난항으로 위기를 맞고 있고, 사회적 불만을 야기할 수 있는 민생 경제의 불안 요소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홍콩 정부의 ‘송환법 조례’제정 시도로 6월 9일부터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항의 시위는 7개월째 접어든 현재까지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중국이 부닥친 반근착절의 형세를 분야별로 되짚어 본다.  
  
미·중관계 : 갈등의 상수(常數)화
 
미·중 양국은 대미 수출액 중 나머지 1600억 달러에 대한 추가관세 15% 부과를 하루 앞둔 이 달 14일 1차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다. 중국이 약 500억 달러의 미국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고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 전부인 이 합의는  협정 조인 날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탄핵 정국으로 몰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모멘텀 유지에 동의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정치쇼로 보인다.
 
이것이 1단계 합의라면 더욱 험난한 2·3단계 합의가 남아있다. 2단계는 지식재산권 도용이나 강제 기술이전 문제의 법제화, 국유기업 보조금 문제나 100% 독자 서비스 시장 개방 등 중국의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3단계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발전전략 포기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과학기술 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이 수용하기 어려워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미국의 대중 관세부과는 중국 첨단기업 화웨이를 제재하는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산되었다. 8월에는 중국을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지정하면서 통화·금융 분야로까지 전선이 확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수용소 문제나 홍콩 사태를 거론하면서 중국의 비민주성과 보편적 가치의 부재까지 질책하고 있어 가치와 이념 분쟁으로 번졌고, 이를 넘어 군사적 갈등으로의 확전 소지도 있다.
 
중국은 대미 도전의지를 원천 봉쇄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반드시 돌파해야 할 벽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양국은 지난 20개월의 힘겨루기를 통해 미국식 압박과 중국식 버티기의 한계를 인식하고 봉합을 택했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화통화에서 만족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양국 갈등이 열전(熱戰)보다는 치밀한 냉전(冷戰)에 초점을 맞추는 시대가 되었음을 뜻한다.
  
중국 경제 : 안정 속 변화(穩中求變)
 
2019년의 중국경제는 고통스러웠다. 현재 중국경제는 금과옥조와도 같았던 ‘바오리우(保六)’, 즉 6%대 성장 지키기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미 무역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무역액도 약 10%정도 줄었고, 달러 유입이 차단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에 봉착하고 있다. 이는 가계 소비 위축과 민간경제 부진으로 이어지고 실업도 가중되는 형국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냉각은 기업들의 채무불이행 러시를 일으켜 중소규모 지방은행들을 파산으로 몰고 있다. 자칫 전체적인 금융위기 대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달 11일 폐막된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내년 경기전망과 관련해 경제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공급 측면의 구조개혁을 심화하고, 제조업에 대한 중장기 융자를 늘려 민영기업 및 중소영세기업의 융자난을 완화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통해 구조조정을 더욱 강조하는 안정속의 변화를 주문했다. 내수를 견인하는 민영경제의 불황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강조하는 6% 성장률과 달러당 7위안 환율이 붕괴된 상황에서 내수를 견인하는 8%대 이상의 소비증가율은 중국 경제발전에 절대 필요하다. 사회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경제·사회적 불안은 공산당 통치의 합법성으로 연결되며 당연히 시진핑 리더십과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다.
  
중국 정치·외교 : 암중모색
 
올해 중국 정치는 시진핑 사상과 사회주의의 성질이 강하게 표출되었다. 내부적으로는 정치안전(政治安全)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에서 정치안전이란 공산당 정권의 안전과 사회주의제도의 유지다. 사상 일원화를 강조하는 모바일앱 ‘학습강국’의 보급에 열을 올리고, 신용사회 건설을 명분으로 첨단기술을 사회통제에 활용하면서 ‘빅 브라더 중국’ 구축에 열심이다. ‘시진핑 사상’은 기자 시험에 필수과목이 된 데 이어 얼마 전 한 명문대학의 학칙에 ‘학습’ 조항이 삽입되었다. 10월말 열린 공산당 제19기 4중전회는 위로부터의 정치현대화를 강조했다.  경색된 이념적 속박과 압박성 선전 이데올로기에 의한 수직적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대미 갈등의 장기화를 지향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대외전략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시아 문명·운명 공동체’ 강조를 통해, 러시아와는 경제적 군사적 공조를 통해 대미 공동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시베리아와 중국 북부를 잇는 가스 공급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중·러 에너지 동맹을 구축해 미국의 에너지 영향력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에도 열심이다. 군사굴기에도 적극적이어서 지난 17일 2번째 항공모함인 산둥함(山東艦)을 정식 취역시켰고 수년 내 3·4호 항모전단까지 갖출 계획이다. 건군 79년 열병식에서도 첨단무기를 선보이면서 강군의 꿈(强軍夢)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중 관계 : 사드의 그늘
 
한·중 관계는 여전히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체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나 한·일 관계가 여의치 않은 틈을 탄 중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우리의 외교적 공간은 더욱 협소해졌다. 5년 만에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한령(限韓令) 해제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바라는 한국의 입장이 무색하게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다시 언급했다. 시진핑 주석도 2년 만에 중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똑같은 주문을 했다.
 
이는 한·미·일 삼각 안보 구조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하는 것이며 적어도 한국이 미국의 편에는 서지 말라는 요구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Indo-Pacific Strategy) 참여에 제동을 걸어 남북한을 자국 영향권으로 경사시키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이 가진 전략적 가치도 분명히 존재한다. 기존의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전략적 구조에 대한 인식 없이, 섣불리 움직이는 자의적 판단은 큰 독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2019년 중국이 맞닥뜨린 문제들은 어느 것 하나 쉽게 풀 수 없는 난제들이었다. 더 큰 어려움은 이런 난제들이 한꺼번에 불거져 나와 난마처럼 얽히고 설켰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은 대외적 숨고르기와 함께 내부적으로 사회주의적 일관성 유지를 위한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으나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반근착절의 형국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에 이르기까지 아직 갈 길이 먼 중국 공산당의 위기관리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근착절(盤根錯節)
반근착절

반근착절

구부러진 나무뿌리와 울퉁불퉁한 나무 마디를 뜻하는 한자 성어. 얽히고 설켜 처리하기 곤란한 사건이나 난관이 많은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2019년의 중국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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