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미진 폴인 팀장
강연을 들으며 지난해 직접 만난 정웅 대표의 얼굴이 떠올랐다. 첫인상은 ‘굉장히 편안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갓 구워진 식빵을 바라보는 표정에 만족감이 어렸다. 일 얘기를 하면서 저렇게 행복해 보일 수 있을까 싶었다. “좋아 보이는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작더라도 내 손에서 시작되어서 끝을 마무리 짓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빵집이 처음부터 잘되지는 않았다. 일산에서 한번 가게를 접었다. 이태원으로 옮겨서도 한동안 손님이 없었다. 무화과가 들어간 호밀빵은 매일같이 남았다. 수북이 쌓아 트리를 만들 정도였다. 지금은 오후 2시면 빵집 문을 닫는다. 줄을 서서 빵을 사 갈 정도로 인기가 많다.

노트북을 열며 12/25
이날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일의 의미를 찾는 법’이었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청중이 많았다. “내 일의 의미를 모르겠다” “지쳤다”는 고민이 꽤 나왔다. 하유진 교수는 “행복해지는 것도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성격이에요. 긍정적인 사람들은 늘 좋은 점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쉽게 행복감을 느끼죠.” 그렇다면 반대의 성격은 어떻게 해야 할까.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는 노력이 필요해요. 빵집 매출이 얼마를 달성해서 행복한 게 아니에요. 빵이 또 하나 구워졌구나, 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습관, 그 습관이 일의 행복을 좌우합니다.”
돌아보면 많은 것을 이룬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한 해였다. 우리 대부분은 비슷할 것이다. 중요한 건 매일 우리는 빵을 구웠다는 거다. 막막하던 일을 해치웠다. 옆자리 동료와의 갈등을 풀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 모두 일 년 동안 구워낸 작은 빵들을 돌아보는 연말을 보내길, 그래서 다시 또 빵을 구울 힘을 얻길 바란다. 메리 크리스마스.
임미진 폴인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