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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서른 되면 어른 될 줄 알았어?!

중앙일보 2019.12.25 00:19 종합 25면 지면보기
이가영 사회1팀 기자

이가영 사회1팀 기자

한국식 나이로는 31세, 신문식 나이로는 30세, 만 나이로는 생일을 기점으로 29살을 떠나보낸 올해. 서른이라는 나이가 까마득하던 시절에는 이쯤이면 웬만한 일은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하룻밤을 더 자고 일어났을 뿐, 스물아홉과 서른의 나는 별다른 사람이지 않았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어른인 척하면 아직 세상을 다 알지 못하는 것들이라 욕먹는 나이이자 어리다고 하기엔 마냥 어리지 않은 나이”로 설명한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깨달은 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모님에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자식이며, 누군가에겐 자신의 어려운 사연을 세상에 알려준 고마운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겐 종이가 되느라 희생됐을 나무에게 미안할 정도의 글을 쓰는 기자일 수도 있다.   똑같은 태극기를 들고 누군가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축하하고, 누군가는 현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며 한편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구명 운동을 벌이는 광장을 취재하며 든 생각이었다.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거절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검찰에서 어떤 조사를 받았는지 알려달라고 묻는 나는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인간일 수 있다.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나의 관계에서 오는 거절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서른이라는 건 아직 아는 것보다 배울 것이 많고, 잘못을 고칠 수만 있다면 실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나이다. 그러니 ‘포기는 배추 세는 때나 쓰는 말’이란 고릿적 유머를 가슴에 품어도 괜찮다는 것을 배운다. 나만 생각하던 내가 “점점 멀어져 간다”로 시작하는 노랫말에 공감하는 그즈음의 이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주제넘은 생각도 한다. 하지만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 외침인지도 알아버렸다. 그러니 어설픈 응원보다는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로 올해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괜찮아. 힘들면 좀 무너져도 돼. 내가 옆에 있잖아.”
 
이가영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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