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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징용문제 한국 책임으로 해결책을”

중앙일보 2019.12.25 00:13 종합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左), 아베 신조 총리(右)

문재인 대통령(左), 아베 신조 총리(右)

문재인(왼쪽 얼굴)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오른쪽)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관련 조치가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한국 측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밝혔다. 두 정상 간 회담은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한·일 정상 15개월 만에 회담
문 대통령 “수출규제 원상회복”
아베 “당국 간 대화로 풀어가자”
시기 지정 않고 조속한 해결 공감

아베 “압류 기업자산 현금화 말라”
후쿠시마 원전 공격 자제도 촉구
양측 ‘문희상 법안’은 거론 안 해
문 대통령 “회담 매우 유익한 진전”

이날 오후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수출규제 철회를 아베 총리에게 요구하며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본이 수출 규제 3개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를 푼 데 대해 “일본이 자발적 조치를 한 것은 나름의 진전이고, 대화를 통한 해결의 성의를 보여줬다”고도 평가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3년 반 만에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되었다고 들었다”며 “앞으로도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자”고 말했다.
 
일본 측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놓고 오간 대화를 집중적으로 공개했다. 회담에 배석했던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관방 부장관은 “회담 시간 중 3분의 1 정도가 넓은 의미에서 징용 관련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양국 관계는 계속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이 된 근본 원인은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징용 문제)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라며 “양국 관계의 법적 기반이자 근본에 관한 문제인 만큼 한국이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만들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에 “이 건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을 반복하지는 않겠지만 이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대해 나도 인식하고 있고, 조기에 문제 해결을 하고 싶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일본 측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또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는 사태는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새로운 문제 해결 방안이나 구상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이른바 ‘문희상 법안’도 거론되지 않았다.  
 
입장차 확인한 문 대통령·아베 “대화로 풀자” 네 차례
 
문재인 대통령(원형 테이블 왼쪽)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한 정상회의가 24일 중국 쓰촨성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렸다. 회의에서 3국 지도자들은 ‘향후 10년 3국 공동비전’을 채택하고 한반도 비핵화, 자유무역 강화 등 공동 번영을 위한 전략에 합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원형 테이블 왼쪽)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한 정상회의가 24일 중국 쓰촨성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렸다. 회의에서 3국 지도자들은 ‘향후 10년 3국 공동비전’을 채택하고 한반도 비핵화, 자유무역 강화 등 공동 번영을 위한 전략에 합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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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이 강제징용 문제에 방점을 찍어 브리핑한 것을 놓고 한국 측이 요구한 수출규제의 철회는 강제징용 문제와 연계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삼권분립 국가여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고 대변인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양 정상은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했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알렸다.
 
일본 측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인적 교류도 강조했다. 한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타격을 입은 아베 총리가 공을 들여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평창 올림픽에 이어 올해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으니 양국 정부가 다양한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인적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해 투명성을 갖고 정보를 제공해 왔고, 향후에도 그 방침은 불변”이라고 했다. 일본 측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가 한국 측에 억제적인 대응(자제)을 촉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담에선 수출규제 철회라는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강제징용을 놓고도 이견이 여전했지만 양 정상 모두 ‘솔직한 대화’를 강조해 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고, 아베 총리도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발표문엔 “대화로 풀자”는 정상 간 대화가 네 차례나 소개됐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놓고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고 강조했고, 아베 총리는 회담 말미에 “우리는 이웃이고 서로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했다. 아베 총리가 납북자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계속적인 지지와 지원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일본 측의 노력을 계속 지지해 나가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회담은 당초 30분으로 예정됐지만 15분을 넘겨 45분간 진행됐다.
 
한편 1박2일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문 대통령은 24일 페이스북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도 매우 유익한 진전이었다고 믿는다. 양국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청두·서울=권호·위문희 기자 
도쿄=서승욱 특파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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