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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반전 첫걸음…셔틀정상외교 복원, 정례화를”

중앙일보 2019.12.25 00:03 종합 2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 청두(成都)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15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정상회담은 올해 하반기 최악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반전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하반기 갈등이 불거지며 감정적 충돌이 잦아졌고, 10월 말 강제 징용 대법원 판결로 더욱 깊어졌다.
 

신각수 전 대사가 본 한·일회담
징용 해결은 민간위 활용해볼만
통화스와프 등 경협 활성화해야
양국, 국내 정치에 외교 이용 안 돼

올해에는 6월 중순 강제 징용 문제를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여로 해결하자는 한국 정부의 해법을 일본이 거부하면서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초 한국 압박 수단으로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3개 반도체 핵심 소재에 관한 수출 허가 절차를 강화했다. 이에 반발한 한국 정부가 지난 8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함으로써 관계 악화가 경제·안보 등 전방위로 확산하는 초유의 사태로 발전했다. 다행히 11월 말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정지하고 일본 정부도 수출통제절차에 관한 국장급 협의를 갖기로 타협하면서 파국을 면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중시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이 효력을 발휘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은 정상 차원에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대화를 통한 현안의 조기 해결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점에서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소중한 모멘텀을 확보했다. 우리가 원했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원상회복은 이루지 못했지만 강제 징용 문제의 해결과 사실상 연계되어 일괄 해결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예견되었다. 지난 20일 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 3개 소재 가운데 포토레지스트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국장급 협의를 통해 일본에 제기하는 문제들이 근거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 점차 풀려나갈 것임을 시사한다.
  
거의 단절 상태인 전략대화 되살려야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상단에 한·중 정상회담을, 하단에 중·일 정상회담 소식을 각각 게재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상단에 한·중 정상회담을, 하단에 중·일 정상회담 소식을 각각 게재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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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사실은 양국 정상 차원에서 현재의 경색 국면을 대화로 풀어나가도록 방향을 전환하고 이를 위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한 점이다. 물론 한·일 관계 경색이 오랜 관계 악화로 인한 상호 경원 현상에 기인하고 양국 국민의 반일·혐한 여론도 높다는 점에서 상호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더 이상의 관계 파탄을 막기 위한 관리 단계에서 회복 단계로 옮겨가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또 양국 정상이 북한의 새로운 길 모색, 핵·미사일 도발 위협 등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한 것도 실효적 대북 억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단결 모색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 회복 단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음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된 바와 같이 셔틀정상외교의 조기 복원과 정례화가 중요하다. 인접국인 양국 정상은 문제가 있을수록 자주 만나 상대방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견을 줄여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한·일 관계 회복의 핵심은 강제 징용 문제의 해결로 서로 이견을 확인한 것처럼 쉽지 않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정부는 국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해법 강구와 설득에 나서야 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출한 법안으로는 피해자 반발에 비추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강제 징용 문제를 현안과 역사 문제로서의 측면을 구별하고 양국의 협력에 기초한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직접 개입이 힘들다면 2005년 때처럼 민관위원회를 통한 의견 수렴도 검토해 봐야 한다. 또 일본 기업의 압류 재산 현금화를 막는 구체적 조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해법을 모색하면 강제 징용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양국은 거의 단절 상태인 전략대화를 되살려야 한다. 양국을 둘러싼 전략 환경이 북한의 핵 위협, 미·중 전략 경쟁, 미국의 동맹 경시 등으로 혼돈과 초불확실성을 더해 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양국의 전략 이익이 합치하지 않더라도 소통을 통해 오해를 해소하고 협력 가능한 분야에서는 협력을 모색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도쿄올림픽 성공 개최에 적극 협력을
 
신각수. [뉴시스]

신각수. [뉴시스]

넷째, 양국 교류는 장기 관계 악화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올해는 작년 1000만 교류 시대에서 후퇴하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예견된다. 인적 교류는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매우 소중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양국 정상의 교류 정상화 메시지가 청소년·지방 교류를 포함해 현장에서 결실을 보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섯째, 회담에서도 거론되었지만, 일본에서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일본 국민의 대한(對韓) 여론을 순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섯째, 얼어붙은 양국 경제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통화 스와프, 고위급 경제 대화 재개,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청년 인력 진출, 투자 확대 등에도 본격 착수해야 할 것이다.
 
이제 양국 관계를 회복시킬 전기가 마련되었다. 내년에 한국의 총선과 일본의 국회 해산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부는 국내 정치적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건전하고 안정된 한·일 관계가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양국 국익에 직결되므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덧셈의 외교를 진지하게 추구해야 한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외무부 일본과장, 외교통상부 제2차관, 제1차관, 주일본 대사를 역임한 일본 전문가. 오랜 직업외교관 경험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와 외교 정책 등과 관련한 자문을 정부·기업 등에 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있으며, 한일비전포럼 운영위원장, 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을 맡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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