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찰, 공직자 비리 공수처에 통보 의무…정권 비리 손 못댈 수도

중앙일보 2019.12.25 00:03 종합 8면 지면보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비대해진 검찰권을 제어하는 소금 같은 기관이 될까, 아니면 검찰을 뛰어넘는 무소불위의 새로운 괴물이 될까. ‘4+1 협의체’가 국회 본회의에 올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합의함에 따라 공수처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4+1 합의한 공수처법안 논란
여당 “무소불위 검찰 견제 필요”

일단 공수처의 순기능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된다. 여권 등에서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검찰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라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수처는 판사·검사, 고위 경찰관에 대해 수사 및 기소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수처를 설립해서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수처 설립과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 더 큰 편이다. 당초 언급됐던 각종 견제 장치들이 최종안에서 사라진 데다 검찰 등의 관점에서 볼 때 독소조항으로 볼 수 있는 규정들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검찰 등에서는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수처법 24조를 우선적인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해당 개정안이 현실화할 경우 검찰이나 경찰은 공직자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하더라도 압수수색 한번 해보지 못하고 공수처에 해당 내용을 고스란히 알려줘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조항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친정권’ 성향의 공수처장을 통해 정권이 검찰 수사를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의 정권 비리 의혹 수사에는 손도 대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앞서 검찰총장이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 수사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검찰사무보고규칙안 개정안 시행 역시 같은 이유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대목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수처장은 여야·법조계 인사로 꾸려진 7명의 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게 돼 있다. 추천위원 7명 중 여당 추천 위원 2명,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등 4명이 여권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자리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앞서 권은희 의원이 내놓은 공수처 법안에는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국회 임명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지만,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이 때문에 공수처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여권을 상대로 한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와 재판이 아닌 ‘조사’ 경력 5년이 있으면 공수처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인권위, 세월호 특조위 등에서 활동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들을 염두에 둔 규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현직 검사는 “정파적인 사람이 대거 기용될 수 있게 된 만큼 수사 기구 자체가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김수민·정진호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