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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맡는 신태용 ‘박항서 매직’ 재현할까

중앙일보 2019.12.25 00:02 종합 18면 지면보기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끈 신태용(49)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박항서(60)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에 이어 동남아시아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다. 세부적인 계약사항에 대한 합의는 마쳤다. 26일 현지로 건너가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김해운(46) 골키퍼 코치와 이재홍(36) 피지컬 코치가 신 감독과 동행한다.
 

A팀·올림픽팀·U-20팀 총괄감독
세부사항 합의 26일 현지서 서명
월드컵 예선서 베트남과 같은 조
신 감독 “박 감독 덕에 좋은 기회”

신 감독은 2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중국 갑급리그(프로 2부) 선전 FC에서 좋은 조건에 감독직을 제의해와 고민했다”며 “선전 사령탑(로베르토 도나도니)이 아직 물러나지 않았는데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고사하고 인도네시아 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고동락했던 코치 모두와 함께하면 든든하겠지만, ‘감독님’으로 영전한 분을 부를 수는 없지 않냐”며 “한솥밥 먹었던 지도자들이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다들 성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 중 전경준(46) 코치는 전남 드래곤즈 감독으로, 김남일(42) 코치는 성남 FC 감독으로 각각 새 출발 했다. 차두리(39) 코치는 FC서울의 유스팀인 오산고 감독으로 부임해 차세대 스타를 길러낸다.
 
인도네시아가 신 감독을 원했던 가장 큰 이유는 A팀(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올림픽 대표팀(U-23), 20세 이하(U-20) 대표팀까지 모두 맡겨 체계적이고 총체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A팀과 올림픽팀을 함께 이끌며 시너지를 낸 박항서 베트남 감독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10월 15일 발리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월드컵 2차 예선 경기 모습. [EPA=연합뉴스]

10월 15일 발리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월드컵 2차 예선 경기 모습. [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 U-20 팀이다. 2021년 5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다. 성공 개최의 중요한 요소가 개최국 성적이다. 인도네시아로서는 자국 U-20 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U-20 월드컵을 계기로 차근차근 경험과 경기력을 쌓아 중장기적으로 동남아 축구의 맹주로 올라서겠다는 게 인도네시아의 청사진이다.
 
신 감독은 “리우 올림픽 8강(2016년), U-20 월드컵 16강(2017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2018년) 등 이력을 보고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나에게 매력을 느낀 것으로 안다”며 “여러 국제대회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인도네시아를 개성 있고 강한 팀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사령탑들 부임으로 동남아 축구는 한국 팬에게 새로운 볼거리로 떠올랐다. 신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간 대결은 이미 예정돼 있다. 두 팀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G조에 함께 속해있다. 5경기씩 치른 가운데 베트남이 조 1위, 인도네시아가 최하위다. 두 팀은 내년 6월 3일 맞붙는다.
 
베트남 대표팀과 22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박항서 베트남 감독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감독은 23일 베트남 출국에 앞서 “(신)태용이는 내가 아끼는 후배이자 친한 동생”이라며 “‘여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략이 뛰어난 지도자가 이웃 나라에 오니 더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박항서 감독님이 동남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덕분에 내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며 “향후 동남아를 찾을 또 다른 한국 지도자를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고 싶다. 박 감독님과 맞대결에서도 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 감독이 성공할 경우 인도네시아에서도 ‘박항서 신드롬’ 못지않은 축구 한류 열풍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가 연간 2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인도네시아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뜨거운 상황. 신 감독이 성공할 경우 그 폭발력은 기대 이상일 수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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