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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사 수좌' 적명스님 입적…"희양산 산행중 실족사 추정"

중앙일보 2019.12.24 22:31
경북 문경 봉암사의 수좌 적명 스님이 24일 오후 4시36분쯤 봉암사 근처 계곡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19 구조대가 발견할 당시에 이미 입적한 상태였다. 향년 80세.  
 
 
불교계 관계자는 이날 “24일이 동안거(겨울 석 달 선방에서 하는 참선 수행) 결제의 반결제날(결제의 반이 지난 날)이라 동료 스님들과 사찰 뒤 희양산에 산행을 갔는데, 용추쪽 바위에 가보고 싶어 혼자서 가신 듯하다. 점심 공양 때까지도 오시지 않아 찾아나섰고 119신고를 했다”며 “발견 당시 나무에 걸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실족하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적명 스님은 봉암사에서 후학들과 함께 정진해 온 조계종단의 존경 받는 선승이다. 일찍이 봉암사의 수장인 조실 자리에 추대를 받았지만 “나는 아직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며 마다한 채 조실 다음 소임인 수좌를 맡아왔다. 그래서 봉암사 조실 자리는 지금도 공석이다. 평소에도 “지견이나 지혜는 행동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인품도 밖으로 드러난다”며 “금광에서 캐낸 금도 금인 것은 맞지만, 이를 단련하고 단련해서 순금이 되는 것”이라며 깨달음이 일상에서 삶으로 드러나는 걸 중시했다.  
 
 
적명 스님은 평소 불교적 사상 중에서도 ‘중도(中道)’를 강조했다. “우리는 완전한 나 혼자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아니다. 주위에 내 아닌 것들이 도와줘서 내 존재가 빛나는 것이다. 이게 불교의 중도이고, 연기법이다”며 “그렇게 말하면 차별성이 없어진다. 그래서 중도다”라고 종종 법문에서 짚곤 했다.  
 
적명 스님은 1939년 제주도에서 출생, 21살 때 출가했다. 우화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66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통도사 선원장, 백양사 선원장을 지냈다. 2007년에는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적명 스님이 수좌를 맡고 있던 조계종 종립특별선원인 봉암사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는 수행도량이다. 연중 딱 하루 부처님오신날에만 산문을 개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계종 관계자는 "적명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에 불교 신자들이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승가에서도 존경 받는 선승을 상실한 아쉬움이 크다"고 불교계의 애도 분위기를 전했다.  
 
봉암사측은 선원회의를 통해서 적명 스님 영결식을 28일 오전 10시30분 봉암사에서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거행하기로 결정했다. 조화와 조의금은 사절한다. 다만 봉암사 전통에 따라 대중공양으로만 받기로 했다.  
 
 
글=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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