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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수출규제·강제징용’ 평행선… “대화로 풀자”만 4차례 강조

중앙일보 2019.12.24 19:37
한·일 정상이 15개월 만에 만나 대화의 물꼬를 텄다. 정상외교가 복원됐다. 하지만 양국은 현안에서는 여전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12.24 청와대사진기자단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12.24 청와대사진기자단

 

 “솔직한 대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오후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45분간 한ㆍ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 모두 ‘솔직한 대화’를 강조해 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일본 총리관저도 “아주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그렇다고 험악하지도 않았고 매우 솔직하고 기탄없는 회담이었다”며 “총리와 대통령이 직접 만나 솔직한 의견을 나누고 향후에도 대화를 계속해 나가기로 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공개 회담에서 양측은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배상 등 주요 현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수출규제 강조한 한국, 강제징용 앞세운 일본  

두 정상의 의견 차이는 양국 브리핑에서 나타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수출 규제 관련 조치가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면서 아베 총리의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아베 총리는 “3년 반 만에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답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규제 품목 가운데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심사를 완화한 것을 두고 “나름의 진전이고, 대화를 통한 해결의 성의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당일 청와대가 내놓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보다는 진전된 평가다.
 
반면 일본 총리관저는 “전체 정상 간 대화의 3분의 1 정도가 징용 문제였다”라며 강제징용 문제에 방점을 뒀다. 총리관저는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가 어려워진 근본 원인은 징용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다. 한국 정부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또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과 관련, 아베 총리는 “현금화 '사태'는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도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과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입장을 알고 있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기존에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새로운 해결책이나 구상을 말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른바 ‘문희상 안’으로 불리는 한ㆍ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1+1+α)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주는 방안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상회담 예고편' 장관회담서 충돌한 한일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두/청와대사진기자단 2019.12.24.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두/청와대사진기자단 2019.12.24.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한·일 외교 장관회담은 정상회담의 예고편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일본 외무상은 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만났지만 강제징용 문제에서 강하게 부딪혔다고 한다.
 
외교부는 회담 직후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 모테기 외상이 기존 주장을 반복하자 강 장관은 우리 입장을 들어 강하게 반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가 회담이 끝난 후에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은 좀 더 마일드할 것(mild·부드러울 것)”이라고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갈등을 부각하지 않기 위해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두 정상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보다는 대화 기조를 확인하는 데 주안점을 뒀고, 이런 기조는 양국 발표문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청와대 발표문에 두 정상이 “대화로 풀어가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설명이 4차례나 등장한다.
 

한반도 정세·인적교류 공감대

일본 총리관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양국 간 인적교류의 중요성에 대해선 의견 일치를 봤다. 아베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에 이어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양 정부가 여러 채널에서 발언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고 한다. 총리관저는 "아베 총리의 인식에 문 대통령도 전면적으로 찬성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로 요약되는 한반도의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해 한·일, 한·미·일간 긴밀한 공조와 소통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북한 문제를 비롯해서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 한국, 미국 간의 공조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한ㆍ미ㆍ일 3국 공조를 강조한 것은 조건부 연장 상태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의 복원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담 결과가 지소미아 시한 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기한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무작정 계속 길어질 수는 없다”고 해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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