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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5991억→5782억···울산 김기현 병원공약 갑자기 저평가 왜

중앙일보 2019.12.24 15:34
지난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내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의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 관계자들이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내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의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 관계자들이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조5991억원 VS. 5782억원’

KDI, R&D 사업 85개 중 36개만 편익 반영
김기현 때 경제성·균형 발전 효과 없다더니
송철호 당선되자 균형 발전 명분으로 면제
용역업체 "KDI가 너무 폐쇄적 사고방식 가져"
KDI "외압 없었어...사업 규모 줄고 지수 달라"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김기현 전 시장(자유한국당)의 핵심 공약인 산업재해 모(母)병원이 건립될 경우 2050년까지 발생하는 총 기대효과(편익)를 금액으로 환산한 결과다. 지난 2014년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가 미래병원경영컨설팅에 의뢰한 결과는 2조6000억원에,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내놓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는 6000억원에 못 미쳤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같은 사업의 예상 편익을 놓고 2조원 이상의 현격한 차이가 나온 점을 조사하기 위해 당시 두 보고서 작성과 관여된 인물들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KDI 압수 수색 당시에도 당시 예타 보고서 담당 프로젝트 매니저를 장시간 집중 추궁했다고 한다.

 
 KDI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의 외압으로 산재모병원의 편익을 과소 추정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나온다면 송철호 현 울산시장(더불어민주당) 당선을 위한 선거개입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수사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수사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미래병원경영컨설팅이 2014년 12월 고용부에 공식 제출한 ‘산재모병원 건립 경제적 타당성 확보 및 효율적 운영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는 병원 건립으로 발생하는 시간 절감, 교통비 절감, 응급 사망자 감소, 연구·개발(R&D) 편익 등을 따져 총 편익을 추산했다. 그 결과 2021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700억~1700억원대의 편익이 발생해 총 2조5991억원의 편익이 예상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보고서는 특히 산재모병원과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R&D 연계 전략으로 척수 손상, 직업성 암 환자 등 중증 난치성 질환에 대한 진단·치료 기법 R&D를 가능하게 해 산재 근로자들의 사회·직업 복귀를 지원한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사고나 질병이 발생한 산재 환자들의 경우 일반 환자들보다 증상이 심해 그에 맞는 특화된 치료법을 개발해 일반 병원 이상의 기능을 하겠다는 것이다. 
 
 KDI는 고용부 용역보고서가 따져본 모든 요소에서 편익을 낮게 평가했다. 같은 기간 총 편익을 5782억원으로 봤다. 결정적인 차이는 R&D 편익에서 나왔다. KDI 보고서에는 “R&D 관련 편익 추정은 (고용부 용역보고서가) 제안한 85개의 과제 중에 36개 과제만을 대상으로 편익을 산정하고자 한다”며 “주무부처에서 제안한 R&D의 경우 기초적이고 부분적인 사업이 대다수이며, 사업계획서 또한 구체적이지 못하여 재원일수 단축이나 직장 복귀 등과 연결지어 설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KDI는 산재모병원의 경제성(B/C) 0.73, 종합평가(AHP) 0.304로 사업 타당성이나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B/C가 1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어 건립이 추진된다. '지역 균형 발전' 등을 고려한 지표인 AHP는 0.5 이상이 되면 B/C가 1.0 이하가 되더라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당시에는 이마저도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산재모병원을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바꿔 재추진하자 기획재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을 아예 면제해줬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4월 울산시청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 선정된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사업 부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4월 울산시청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 선정된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사업 부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고용부 연구용역보고서 작성 총괄 책임자였던 A 대표는 “산재모병원은 진료 이외에 또 다른 주목적이 R&D였는데, KDI가 부당하고 근거가 없다며 R&D 편익을 다 깎아버렸다”며 “신라젠의 항암 백신 하나가 주식시장에서 수십조원 평가를 받는 게 현실인데, KDI가 너무 폐쇄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시장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예타 진행과 최종 탈락은 매우 작위적이었다”고 주장했다.  
 
 KDI의 예타가 보수적으로 추산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2조원대의 편익 차이가 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KDI 예타 담당자는 “당시 외압이 있었던 건 아니다”며 “고용부와 편입 산정 방법론은 대동소이했지만 사업 규모가 줄었고 편익을 산정하는 지수가 달라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한 공무원은 “고용부도 그 효과를 부풀렸을 개연성이 크다”면서도 “KDI가 기획재정부나 청와대의 ‘보수적으로 평가하라’는 언질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2003년부터 울산시가 공을 들인 사업의 예타 탈락 결과를 총선 직전에 발표한 셈이어서 “절묘하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송철호 울산시장(가운데)이 지난 4월 25일 시장접견실에서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류기석 울산-양산 경영자총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예비 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추진하는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뉴스1]

송철호 울산시장(가운데)이 지난 4월 25일 시장접견실에서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류기석 울산-양산 경영자총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예비 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추진하는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뉴스1]

 오히려 송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형 공공병원’의 효용성이 산재모병원보다 더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A 대표는 “울산시는 인구에 비해 종합병원 등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형 병원이 많은 편이라, 공공 병원이 추가로 생겨야 하냐는 논란도 많다”며 “그래서 산재 중심의 특화된 의료시설을 지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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