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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 혀 깨물어 피가 철철~ 내 입 안의 흉기 이것

중앙일보 2019.12.24 15:00
 

[더,오래] 유원희의 힘 빼세요(23)

 
개이빨?
견치(犬齒)라고 한다. 개 견에 이 치. 영어로는 dog tooth 라고도 한다. 우리 말로는 송곳니. 송곳처럼 생겨서 송곳니라는 건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우리의 치아 중에서 가장 나중에 맹출되며 길고 뾰족한 형태를 가진 네 개의 이다. 주로 육류 등을 잘게 찢는 역할을 한다.

 
견치(犬齒)라고 하며, 우리 말로는 송곳처럼 생겨서 송곳니라고 한다. 주로 육류 등을 잘게 찢는 역할을 한다. [사진 pixabay]

견치(犬齒)라고 하며, 우리 말로는 송곳처럼 생겨서 송곳니라고 한다. 주로 육류 등을 잘게 찢는 역할을 한다. [사진 pixabay]

 
웃으면 송곳니가 봉긋 나와 귀여운 느낌을 주는 것과는 달리 이름은 좀 살벌하다. 의학적으로 보면 송곳니는 결코 귀여움의 상징이 아니다. 송곳니는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도구로 쓰이지만 다른 도구를 쓸 수 없는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위이며 사냥감의 숨통을 끊는 무서운 살상무기로 발달되어 왔다. 영장류는 기본적으로 잡식을 하지만 육식도 하므로 송곳니가 발달해 왔는데 잡식이거나 초식을 주로 하는 고릴라, 침팬지 같은 동물도 무시무시한 송곳니를 가지고 있다.
 
웃기는 얘기지만 인간이나 동물들이 음식을 먹다가 혀를 깨무는 경우가 있는데 송곳니가 큰 동물들은 인간의 상처보다 훨씬 큰 상처를 내기도 한다. 음식은 천천히 먹어야 한다. 인간도 송곳니가 너무 발달하면 저작이나 말을 하다가 입안을 찌르는 경우가 생긴다. 구내염이 있는 사람은 찔린 그곳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송곳니도 변화 되었다. 송곳니로 자르고 저작하는것 보다 나이프 같은 도구로 작게 잘라 어금니로 씹어 먹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문명이 발달하면서 송곳니도 변화 되었다. 송곳니로 자르고 저작하는것 보다 나이프 같은 도구로 작게 잘라 어금니로 씹어 먹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음식을 씹을때 아래턱의 움직임은 위아래의 수직적인 움직임 외에 좌우로 움직이며 곡선을 만든다. 마치 물방울 모양의 선을 그리며 아래턱이 움직인다. 확보한 먹이를 효율적으로 소화를 시키기 위하여 잘게 부수는 과정이다. 송곳니의 또 다른 기능은, 이때에 아래턱이 과도하게 자기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곡선내에 유지시켜주면서 씹는 효율성을 높여준다. 그리하여 턱과 근육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송곳니가 크고 강한 사람은 인상이 강해 보이기도 하는데 송곳니가 유난히 큰 사람은 관상학에서 담대한 상이라고 한다. 허영만의 만화 ‘꼴’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거울을 한 번 보라. 송곳니의 모양이 어떤가? 송곳니지만 모양이 송곳을 닮지 않았을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변한 것이다. 송곳니로 자르고 저작하는 것보다 나이프 같은 도구로 작게 잘라 어금니로 씹어 먹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송곳의 기능은 필요 없어진 것이다. 물론 문명 발달 이전의 원시인은 송곳니로 고기를 자르고 싸울 때도 상대방에게 살상 무기로 변하여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도 했다.
 
유전적으로 송곳니가 크고 긴 사람도 있지만 자면서 이를 가는 습관 때문에 앞니처럼 변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송곳니는 여전히 강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2012년에 나온 그리스 영화에 송곳니라는 것이 있다.
 
2012년 개봉 영화 '송곳니'. 도시 근교 한 저택에서 아이들 세 명을 세상과 완전히 단절시킨채 양육하는 부모 이야기. [사진 송곳니 포스터]

2012년 개봉 영화 '송곳니'. 도시 근교 한 저택에서 아이들 세 명을 세상과 완전히 단절시킨채 양육하는 부모 이야기. [사진 송곳니 포스터]

 
넓은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도시 근교 한 저택에 세상과 완전히 단절한 채 부모에게 양육되는 세 아이가 있다. 그들은 높은 담장으로 인해 바깥세상과는 철저히 단절되어 있으며 유일하게 아버지만이 외부로 나갈 수 있다. 아버지는 아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부 여자를 들이기도 하고 이상한 교육을 시키지만 큰 딸이 바깥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아무리 입을 다물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도 입안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존재한다는 걸 말하고 본성을 잃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독재에 대한 통렬한 우화라는 평을 듣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 송곳니의 본질적인 면을 느끼게 한다. 환자들에게서 보아온 바로는 가장 늦게 잃는 치아가 송곳니이다. 그리고 제일 나중에 맹출 되는 치아이기도 하다. 우리의 턱뼈 깊숙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치아이다.
 
WY 치과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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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희 유원희 WY 치과 원장 필진

[유원희의 힘 빼세요] 입안에는 또 하나의 우주가 있다. 그 신비한 조화와 자연미를 찾아내 미적 감각으로 치료하는 치과의사가 들려주는 힘을 빼는 삶의 이야기. 힘을 빼면 치과 치료가 쉬워지는 건 물론 가족, 친구 사이, 비즈니스도 잘 풀려간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치과의사가 힘을 뺀 인생이 더 멋진 이유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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