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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 신원미상 40구···국방부가 밝힌 암매장 유골인가

중앙일보 2019.12.24 14:09
지난 20일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40여 구의 신원미상 유골은 한 봉분 안에서 뒤섞인 채 발굴돼 5·18 민주화운동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린다. 5·18 당시 광주교도소 안팎에 암매장됐던 희생자들이 유골 상태가 된 뒤 한꺼번에 이곳으로 옮겨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2007년 국방부 보고서…시신 매장 23구 확인
한 봉분서 뒤섞여 발견된 광주교도소 유골
다른 곳에 묻힌 유골 옮겨왔을 가능성 관심
5월 단체 등 "광주 곳곳 암매장도 따져봐야"
“시신수습 정리 자료 없어” 한계 남긴 조사

법무부는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 일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유골 40여기를 발견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사진은 전날 작업 과정에서 발견된 유골의 모습. [연합뉴스]

법무부는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 일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유골 40여기를 발견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사진은 전날 작업 과정에서 발견된 유골의 모습. [연합뉴스]

2007년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가 작성한 '12․12, 5․17, 5․18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5·18 당시 광주교도소를 제외한 광주 곳곳에서 23구의 시신이 암매장 및 가매장됐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과거사진상규명위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기무사 등의 1440건, 13만1000여 쪽에 달하는 문서 자료를 확보했다.
 
과거사진상규명위는 5·18 당시 광주시 동구 지원동 주남마을에서 암매장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80년 5월 23일 광주시 지원동 버스종점 부근에서 계엄군 공수부대가 미니버스에 총격을 가해 18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5·18 당시 계엄군은 광주를 빠져나가는 외곽도로를 봉쇄했고, 학살이 이뤄진 곳은 광주와 전남 화순을 잇는 도로다.
지난 2007년 7월 24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12.12, 5.17, 5.18 사건/보안사 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발표'에서 이해동 국방부 과거사위 위원장이 조사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7년 7월 24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12.12, 5.17, 5.18 사건/보안사 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발표'에서 이해동 국방부 과거사위 위원장이 조사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보안사는 '광주사태 상황보고'를 통해 "5월 23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계엄군은 광주-화순 간 도로에서 폭도 버스 1대를 완전히 파괴한 후 TNT(폭약), 총기 및 실탄을 회수하고 폭도 17명 사살"이라고 상부에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계엄군은 총격에서 살아남은 부상자를 리어카를 태워 인근 야산 중턱으로 올라갔고 누군가 "안락사시키자"고 한 뒤 사살했다. 시신을 묻고 난 뒤는 해가 질 무렵이라고 했다. 광주에 투입된 11공수여단 김모 소령이 부상자를 데려왔다며 추궁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현장에 있던 11공수여단 간부 중 '안락사'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남마을 인근의 또 다른 암매장 지역은 뒷산 헬기장이다. 주남마을 주민들은 80년 6월 2일 이곳에 암매장된 시신을 광주시에 신고해 광주시 북구 망월동 5·18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이후 2002년 유전자 감식을 거쳐 시신의 신원이 채수길씨와 양민석씨로 확인됐다.
2003년 1월 9일 주남마을 주민 박학수(73)씨가 5.18 당시 청년 2명이 매장된 마을 뒷산의 소나무 주변을 가리키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03년 1월 9일 주남마을 주민 박학수(73)씨가 5.18 당시 청년 2명이 매장된 마을 뒷산의 소나무 주변을 가리키고 있다. 김상선 기자

 
주남마을 인근에서 시신이 매장됐다는 기록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광주지검은 5·18 때 '광주사태 당시 학원 동향' 문서를 통해 "80년 5월 28일 광주 동구 지원동 가매장분 사체가 11구이며 검시할 예정"이라고 상부에 보고했다. 지원동은 주남마을이 있는 곳이다. 과거사진상규명위는 5·18 당시 광주시청이 작성한 일지에서 80년 5월 25일 광주시 동구 녹동마을에서 시신 12구가 발견된 기록도 찾았다. 이 기록들을 종합하면 광주교도소 안팎에서 11구의 매장 시신이 발견된 것 외에도 모두 23구의 시신이 광주 곳곳에 묻힌 것으로 확인된다.
 
5월 단체들은 옛 광주교도소에서 최근 발견된 신원미상 유골 40여 구와 5·18의 연관성이 입증된다면 교도소 외부에서 사망한 희생자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02년에서 2009년 사이 광주시가 접수받은 암매장 제보지는 청주의 한 공사장, 화순 너릿재, 담양, 광주공원 충혼탑, 광주 학동 야산 등이다.
지난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시신 수십구가 나와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선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시신 수십구가 나와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선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교도소 내에서 사망한 희생자가 묻혔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사진상규명위는 광주지검이 1980년 5월 22일 작성한 '동향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광주교도소도 희생자 시신 매장지역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법무부는 이번에 발굴한 신원미상 유골 40여 구에 대한 DNA 정밀감식을 거쳐 5·18과 연관성을 확인한다. 모두 5·18 당시 희생자 유골이라 하더라도 행불자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광주시와 5·18 단체 등에 따르면 5·18 행불자 신고 건수만 448건이다. 이중 심사를 거쳐 관련자로 인정된 84명 중 78명의 주검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5·18 행불자 유가족 정호화(47)씨는 "광주교도소 신원미상 유골 발굴을 계기로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발굴작업이 이뤄질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과거사진상규명위는 "5·18과 관련해 사망자들의 시신을 어떻게 수습했는지를 정리한 자료는 분명하지 않다"며 암매장 의혹 진실규명에 한계를 남겼다.
 
 
 
옛 광주교도소 부지 무연 분묘 발굴. 프리랜서 장정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옛 광주교도소 부지 무연 분묘 발굴. 프리랜서 장정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광주교도소 내 암매장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발굴조사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단 3개월에 그친 이유는 5·18 진상조사위 출범으로 발굴작업이 확대되길 기대했고 기념재단 차원의 조사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가 차원의 5·18 진상규명위 출범으로 암매장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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