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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상원으로 안 넘기는 펠로시 … 탄핵을 자산으로 삼는 트럼프

중앙일보 2019.12.24 13:06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AFP=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자와 탄핵을 막으려는 자.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 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하원 탄핵 뒤 거세진 민주·공화 기싸움
펠로시 하원의장, 탄핵안 상원에 안 넘겨
탄핵 심판 절차 공개하라 상원에 요구
상원 "빨리 넘겨라"…공수 뒤바뀌어
트럼프, '아웃사이더' 이미지 강화에
탄핵을 재선 유세 '자산' 활용 움직임

 
하원이 탄핵 조사를 진행할 때는 민주당의 공세가 거셌는데, 정작 탄핵안이 통과된 뒤엔 공화당이 탄핵 절차에 속도를 내라고 민주당을 압박하는 형세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탄핵안 통과 후 불과 나흘 만에 공수가 뒤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윗을 통해 "정신 나간(crazy) 펠로시는 상원 심판을 지연시킬 권리가 없다"면서 "마녀사냥은 상원의 심판으로 당장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정신 나간 펠로시는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 조건을 지시하고 싶어한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하원을 통과한 탄핵소추안과 탄핵 심리를 진행할 탄핵소추위원단 명단을 상원에 넘기지 않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하원은 이를 상원에 보내야 한다. 
 
하지만 나흘이 지나도록 펠로시 의장은 탄핵안을 손에 쥐고 공화당과 협상하려 한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민주당을 맹공격하고 있다. 일부 법학자들은 탄핵소추안이 아직 하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트럼프는 하원에서 탄핵당한 게 아니라는 논리까지 편다.
 
펠로시는 상원이 탄핵 심판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계획을 제시해야 탄핵안을 넘겨주겠다는 입장이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가 탄핵 심판에 들어가면 신속하게 탄핵안을 부결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을 두고 상원이 불공정한 심리를 진행할 게 뻔하다며 심판 절차를 미리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펠로시는 미 의회 역사상 가장 불공정한 재판을 해놓고 이제 와서 상원에서 공정함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하원 탄핵 조사 때 백악관의 방해로 증인 및 증거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상원 탄핵 심판 때 추가로 증인을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원은 하원 손을 떠난 탄핵 심판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지난 7월 25일 전화 통화를 마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금을 보류한 배경을 잘 알고 있는 백악관 소속 마이클 더피 예산 담당국장, 믹 멀베이니 대통령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4명이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지원금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초대를 대가로 조 바이든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전 부통령)와 그 아들에 대한 비리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상원은 탄핵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한 뒤 공화당이 다수 석을 차지하는 상황을 이용해 표결을 밀어붙이려는 속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빨리 면죄부를 주고 전열을 정비해 11월 치러지는 대선을 위한 유세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53명 가운데 최소 37명은 탄핵소추안 두 개 조항에 모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에서 탄핵안을 부결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33명)을 넘어선다. 탄핵안을 가결하기 위해서는 상원의원 3분의 2인 67명 이상이 두 개 조항에 각각 찬성해야 한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하원의장이 서류를 넘겨주기 전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이것은 정치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지도부 뜻대로 탄핵소추안이 상원에서 신속하게 부결될 경우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은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펠로시 의장이 탄핵안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공화당을 믿고 오히려 탄핵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자산"으로 삼으려 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선거 캠프는 벌써 탄핵이 선거 전략에 요긴한 존재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탄핵안 가결 이후 48시간 동안 약 1000만 달러(약 110억원) 선거 자금을 모았다고 공개하며 트럼프 지지층은 더욱 단단히 결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로 크리스마스 및 연말 휴가를 떠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와 대중 연설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연설에서 민주당을 공격할 때 탄핵이란 소재가 추가됐을 뿐 행보에 큰 변화는 없다.    
 
트럼프는 자신을 워싱턴의 '엘리트' 정치인들로부터 미움받는 '아웃사이더' 이미지로 그려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대중의 표를 얻었다. 2020년 대선에서도 그런 구도가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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