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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잘못 꽂힌 신호케이블···강릉선 KTX 탈선 부실시공 탓"

중앙일보 2019.12.24 11:17
지난해 12월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현장. [뉴시스]

지난해 12월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현장. [뉴시스]

 지난해 12월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는 애초 공사가 잘못됐기 때문인 것으로 정부가 결론 내렸다. 사고 원인으로 확인된 신호시스템 오류가 애초 시공 과정에서 선로전환기의 정상작동 여부를 표시해주는 신호 케이블(회선)을 뒤바꾸어 꽂았기 때문으로 확인된 것이다. 
 

사고조사위, 원인 규명한 보고서 완료
"시공 때 신호케이블 잘못 꽂혀" 결론

도면 수정했으나 공사 현장 전달 안돼
서울과 차량기지 방향 신호가 뒤바뀌어

종합성능검사도 부실, 오류 발견 못해
"공사 담당한 철도시설공단 책임 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최근 이 같은 사고 조사 내용을 담은 최종보고서 작성을 완료했다. 이 보고서는 92쪽 분량으로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사고는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 방향과 강릉차량기지 방향으로 나뉘는 선로 부근에서 발생했다. 서울 방향의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탈선한 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선로전환기의 정상 작동 여부를 보여주는 신호에는 서울 방향이 아닌 강릉차량기지 방향 선로전환기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표시됐다. 이 때문에 서울로 가는 강릉선 KTX는 이상 여부를 알지 못한 채 계속 달리다 사고를 당했다. 
 
 조사위가 이처럼 신호가 뒤바뀐 과정을 확인한 결과, 해당 신호를 수집하고 관제센터에 보내는 역할을 하는 청량신호소의 케이블이 반대로 꽂혀있었다. 서울 방향과 강릉차량기지 방향이 바뀐 것이다. 
 
 이는 서울 방향 본선과 강릉차량기지 방향 공사 과정의 케이블 연결 도면이 서로 달랐고, 이를 발견한 감리원이 수정토록 했으나 공사 현장에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장의 정보 전달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또 공사 완료 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감리에서 신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연동검사도 3차례 진행됐으나 모두 부실했던 것으로 조사위는 확인했다. 연동검사는 예상 가능한 모든 오류 상황 등을 가정해 선로와 신호 시스템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종합성능검사다.  
철도시설공단이 실시한 연동검사는 부실했고 코레일 측 인사도 참가시키지 않았다. [중앙포토]

철도시설공단이 실시한 연동검사는 부실했고 코레일 측 인사도 참가시키지 않았다. [중앙포토]

 
 매뉴얼대로 검사 항목을 다 진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심지어 예상 소요시간보다 82시간이나 짧은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실제로 운영을 담당해야 할 코레일 측 인사들은 검사에 부르지도 않았다. 인수·인계 과정도 허술했던 것이다. 
 
 결국 "시공이 잘못됐더라도 철도시설공단과 감리가 연동검사만 제대로 했어도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게 조사위의 진단인 셈이다. 그리고 조사위의 시험결과 사고를 일으킨 선로전환기는 내부 부품이 고장이 나 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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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에 '원주∼강릉 복선철도 종합시험운행 사전점검 결과'를 검토한 한국교통안전공단도 각종 점검과 조사 서류 등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를 보완토록 적절한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보완을 요구한 사항에 대해서도 추후에 재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 
강릉선 KTX 탈선사고는 선로 전환기 이상으로 발생했다. [중앙포토]

강릉선 KTX 탈선사고는 선로 전환기 이상으로 발생했다. [중앙포토]

 
 또 강릉선 KTX를 운영해온 코레일은 매뉴얼상의 점검 주기가 아직 안돼 청량신호소를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위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강릉선 공사를 담당했던 철도시설공단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조사위의 결과는 민·형사상 책임 여부를 따지는 건 아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수사당국의 조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대한교통학회장)은  "결국 부실시공과 허술한 점검이 불러온 사고라는 게 입증됐다"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과 점검 절차를 더 강화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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