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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은 기저귀 찼다···필리버스터로 날 샌 국회 '웃픈 풍경'

중앙일보 2019.12.24 11:07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화장실을 다녀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화장실을 다녀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의장님 지난번에 화장실을 허락해 줬는데...”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직 생각 못 해봤어요. 의석 비우면 어떻게 되죠? 잠깐 정회합시다.” (문희상 국회의장)

 

“졸지 말고 잘 있으세요. 웃지 마세요. 나잇값을 하나 자릿값을 하나” (권선동 자유한국당 의원)

“당신이 뽑았잖아. 의장 모독하면 의회를 모독하는 거야.” (문희상 의장)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를 위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24일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도 맞불 작전에 나섰다. 필리버스터가 13시간을 넘기며 갖가지 풍경도 벌어졌다.  
 

여권은 찬성 토론…. 야당 “세계 역사상 없는 일”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에서 사탕을 먹으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에서 사탕을 먹으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본회의에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된 23일 오후 9시 49분쯤. 그러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 첫 토론자로 단상에 올랐다. 주 의원은 24일 오전 1시 48분까지 총 3시간 59분을 쉬지 않고 발언했다. 주 의원은 선거법, 공수처법, 예산안 날치기, 부동산 정책 등 다양한 현안을 건드렸다.   
 
판사 출신의 주 의원은 '199건 필리버스터'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다. 처음 낸 이다. 자연히 첫 타자로 낙점됐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주 의원 원고를 물려받으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토론시간은 두 번째 주자로 나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30분가량 더 길었다. 김 의원은 선거법 개정 수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당위성을 적극 피력했다.    
 
이와 관련 주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얼마든지 더 길게 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 토론자가 여당 소속이라는 것을 전달받아 일부러 국민이 잠자는 시간대에 (내 토론을) 끝내, 찬성 토론을 시청률 낮은 시간대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을 내용으로 한 선거법개정안에 대해 여야 의원 간의 무제한 찬반 토론이 계속된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여당 의원이 피곤한 듯 자리에 엎드려 있다. [연합뉴스]

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을 내용으로 한 선거법개정안에 대해 여야 의원 간의 무제한 찬반 토론이 계속된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여당 의원이 피곤한 듯 자리에 엎드려 있다. [연합뉴스]

범여권의 선거법 찬성 토론은 4번(최인호 민주당 의원), 7번(기동민 민주당), 8번(이정미 정의당) 등으로 배치됐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필리버스터 뜻도 모르는 ‘바보 행위’”라며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진행해놓고 그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토론을 한다니 이런 ‘막장 코미디’가 어디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야당이 선거법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을 했다"며 "공론의 장이 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저귀 찬 의원 vs 화장실 다녀온 의원

 
주 의원은 자리를 뜨지 않기 위해 기저귀를 착용하고 단상에 섰다. 하지만 이후 의원들은 발언 중 '볼일'을 봤다. 두 번째 토론자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발언 4시간째 되던 오전 5시 48분쯤 “지난번에는 화장실 허락해줬다”며 문 의장에 동의를 구하고 화장실 다녀왔다. 세 번째 토론자 권성동 한국당 의원도 발언 2시간 30분째에 화장실에 다녀왔다. 토론자가 자리를 비운 3~4분간은 정회를 했다.  
 
자정 넘겨 계속된 주호영 필리버스터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24일 자정께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날 밤부터 시작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정 넘겨 계속된 주호영 필리버스터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24일 자정께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날 밤부터 시작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6시 20분쯤부터 시작해 오전 11시까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권 의원은 “(개정된 선거법에서) 비례성이 그렇게 중요하면 문 대통령은 40%대 득표율이기 때문에 상당수 득표율 얻은 홍준표와 안철수에도 각각 대통령 임기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본회의장엔 다양한 풍경이 연출됐다. 민주당 의원이 토론자로 나서면 한국당 의원들은 우르르 밖으로 빠져나갔다. 주호영 의원 발언 중에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이어폰을 끼고,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책을 읽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꾸벅꾸벅 졸아 항의를 받았다.   
 
필리버스터는 25일 자정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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